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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핵, 시간벌기가 중요하다

입력
2018.01.08 15: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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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이 더해진다. 시간과 함께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하고 핵물질은 증대되며 핵무기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북핵 문제를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불안해하면서 시간이 북한 편이라고 간주하는 순간, 북핵 위기는 해결 불가능해지고 위기는 더욱 심화할 뿐이다.

평창올림픽의 기회도 다가오고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북핵 문제에도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른바 ‘운전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역시 조급하거나 서둘러서는 안된다. 핵보유를 전제로 한 평창 참가라면 대화는 시작될지언정 비핵화가 진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한미 공조의 틈새를 벌리고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는 결과라면 평창 이벤트는 남북의 동상이몽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북핵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위기에 불안해하고 기회에 호들갑떠는 일희일비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냉철히 직시하고 시간이 우리 편임을 인식하는 냉정함과 차분함이 필요하다.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시간을 벌게 되는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된다.

시간이 우리 편이기 위해서는 우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핵무기를 가진 것은 맞지만 그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확고한 억지력과 단호한 응징 의지를 가지면 김정은은 핵무기를 감히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초조할 이유가 없게 된다.

김정은의 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억지력은 사드를 비롯해서 한미간 확장 억제에 의한 단호한 동맹 의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김정은의 핵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실제 상황에서 우리가 결코 김정은의 핵무기에 주눅 들지 않는다는 단호한 응징 의지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에서 확전이 두려워 주저했던 모습이나 전쟁 반대만을 강조하며 평화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김정은에게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전쟁을 원치 않지만 전쟁을 결코 피하지도 않는다는 단호한 의지를 북한에 일관되게 발신해야 한다. 김정은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극한으로 고조시킨다 하더라도 우리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북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고 당당하고 과감하게 대응하고 응징해야 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의 핵사용을 막을 수 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감히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일관된 대북 제재야말로 시간이 우리 편인 핵심 요소다. 제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을 옥죄게 된다. 북이 핵능력을 늘려가는 만큼 제재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북한의 고통은 심해진다. 제재는 시간이 결코 북한 편이 아님을 입증하는 우리의 강력한 수단이다. 지금의 제재는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주수출품인 광물자원과 농수산물과 섬유제품과 노동력 송출을 모두 차단하고 있다. 수출을 못하면 필요한 물자를 수입할 대금이 마련되지 못한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에 대한 제한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긴 석유줄(long gas line)’이라고 공언한 대로 평양에서 석유를 구하려고 장사진을 치는 현상이 곧 일어날지 모른다.

협상 역시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화를 구걸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문을 먼저 닫을 필요도 없다. 김정은이 평창 카드로 대화를 제의한다면 당당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 협상이 시작된다고 해서 실제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협상은 북핵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고 협상 과정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시간을 벌수 있게 된다.

확고한 대북 억지력과 응징 의지를 결연히 견지하면서 일관되고 꾸준히 제재를 지속하되 북이 대화에 나오면 응하면 된다. 조급하지도 초조하지도 말 일이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 못하게 되고, 제재의 시간이 김정은을 고통스럽게 하고, 협상을 통해 상황관리와 시간벌기에 나서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북한 내부의 체제 변화를 위한 정치동학이 확산된다면 지금의 북핵 위기는 우리가 불안할 일이 결코 아니다. 차분함과 냉정함으로 시간이 우리 편임을 믿고 우리 편이 되도록 만들면 된다. 시간벌기야 말로 북핵 해법의 시작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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