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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행사, 육군부대에서 개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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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행사, 육군부대에서 개최하려면

입력
2017.10.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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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열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참석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열병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올해 국군의 날 행사가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해군부대에서 열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 2함대 사령부 연병장을 찾아 무개차에 올라 열병하면서 주위에 늘어선 육해공군의 각종 미사일과 주요 무기를 감회 어린 표정으로 둘러봤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은 우리 군의 생일이다. 그런데 왜 유독 해군부대에서는 생일 잔치를 열지 못했을까. 군 관계자는 7일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해군부대에서도 국군의 날 행사를 개최하자는 건의가 누차 올라갔지만 번번이 묵살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해군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국군의 날 행사단을 꾸리고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군의 발언권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협소한 장소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계룡대 연병장의 경우 가로 150m, 세로 110m 크기다. 해군 1함대(동해)와 3함대(목포) 연병장의 경우 여기에 크게 못 미쳐 국군의 위용을 보여줄 행사 장소로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이번에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 2함대 연병장은 다르다. 계룡대 연병장보다 더 넓다. 대략 1.5배 크기라고 한다. 공간 때문에 해군부대에서 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한 셈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으로 평택 2함대를 낙점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해군 출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 첫 행사 장소를 해군부대로 정한 셈이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 동안 해군의 입장을 대변할 스피커가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국군의 날 기념식은 통상 서울이나 3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됐다. 매 5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기념식은 서울에서, 그 사이 4년간의 기념식은 계룡대 연병장에서 개최하는 것이 관례였다. 해군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 행사장을 점령한 육군, 해군과 달리 함정을 비롯한 해군의 주요 전력은 일반에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국방부는 “육해공군 합동전력과 전략무기를 집결해 대북 응징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장소를 바다와 맞닿은 2함대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국군의 날 행사의 발자취를 좀더 살펴보자. 1956년부터 78년까지 23년간 국군의 날 행사는 매년 대규모로 치러졌다. 그래서 매년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하지만 79년부터 90년까지 12년간은 대규모 행사의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바꿨고, 90년에는 국군의 날을 아예 공휴일에서도 제외하며 푸대접 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어 1993년부터는 대통령이 취임하는 첫 해의 행사만 대규모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행사의 주기가 다시 5년으로 늘었다. 2003년에는 서울공항, 2008년에는 잠실운동장, 2013년에는 서울공항에서 대규모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올해의 경우 대통령 취임 첫해이지만 대규모 행사를 하지 않는 건 지난 5월에 조기대선이 치러지면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13년 기념식 이후 5년째인 내년을 목표로 대규모 행사를 계획해왔다”면서 “워낙 방대한 규모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앞당길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계룡대와 서울공항에서 5년마다 대규모 행사를 번갈아 개최하는 것에 맞춰 내년 국군의 날 행사 장소는 서울공항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 공군부대의 시원스레 뻗은 활주로에서 온갖 첨단무기를 선보이고, 우리 공군의 최신 전투기들이 푸른 창공을 수놓을 것이다.

그러면 2019년 국군의 날 행사는 어떨까. 올해 해군을 배려한 만큼, 내년 공군부대를 거쳐 내후년 행사를 육군부대에서 개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계룡대와 비슷한 크기의 연병장을 갖춘 육군부대는 여럿 있다고 하니, 과거 해군이 찬밥 신세였던 것처럼 장소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염려는 없어 보인다. 우리 군의 주요 덕목인 합동성 강화라는 취지에도 걸맞은 방안이다.

다만 이처럼 기계적으로 3군이 돌아가며 행사를 개최하려면, 그에 앞서 3군의 전력이 균형 있게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한낱 이벤트로 분위기를 띄우기 보다는, 우리 군의 체력과 체질부터 바꾸는 게 우선이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과 송 장관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이 바로 국방개혁이었다. 국방개혁의 요체는 슬림화되고, 날쌔고, 사기가 충만한 군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육군 위주의 비대화된 군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 국방개혁이 본 궤도에 오르지 않고 허울뿐인 수사에 그친다면, 해군과 공군에 이어 육군부대에서 국군의 날 행사를 치른들 3군간에 떡고물을 나눠먹는 한심한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우리가 군에 원하는 건 시선을 끄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다. 특수비행팀의 화려한 곡예비행이나 무시무시한 화력을 갖춘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군을 향해 박수를 칠 준비가 돼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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