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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명 중 1명 “우린 힘들어도 견디라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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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명 중 1명 “우린 힘들어도 견디라는 겁니까”

입력
2018.02.28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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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ㆍ5개 특례업종

근로기준법 개정안서 빠져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노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근로기준법성 근로시간 특례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근로기준법성 근로시간 특례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국민 편의를 위해 일하라면서 정작 우리는 밤샘 근로와 위험을 견디라는 겁니까?”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8일 오전, 국회 앞에 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운송ㆍ보건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완전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남겨진 5개 특례업종 종사자들이다. 이들이 특례업종으로 남은 건 ‘공중의 편의 및 안전도모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국회가 제시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특례업종이 폐기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정희 의료연대본부장은 “간호사들이 혈관조영술 등 중요 시술을 담당하는 경우 조금만 집중력을 잃어도 큰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건업이 특례업종으로 남게 되면 국민의 위험도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근기법 개정으로 우리사회가 ‘저녁이 있는 삶’에 가까워지는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도 커 근로시간의 빈부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례제 적용 대상으로 남겨진 근로자들은 102만명(2016년 기준), 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수는 558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전체 임금 근로자(1,990만명)의 33%, 3명 중 1명 꼴이다.

노동계는 특히 5인 미만 영세업체 근로자들의 처우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무 비율은 21.1%로 가장 높았다. 정작 근로시간 단축이 가장 필요한 곳에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업주들이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유경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지금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 형식적 법인을 만들고 근로자를 5인 미만으로 분할 고용한다는 제보를 종종 받는다”며 “개정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동안 비슷한 악용사례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근기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들 역시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기준 약 220만 여명. 방송ㆍ우편업 등이 근로시간 특례제에서 제외됐지만, 같은 분야 근로자 중 특수고용직도 상당수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집배노조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인 위탁집배원들에게 업무가 몰리는 상황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법이 확대되는 과도기에 기업규모 및 업종별 근로자간 근로시간 격차가 눈에 띄는 게 불가피하다”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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