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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 국내 첫 복합쇼핑몰 코엑스몰 부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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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 국내 첫 복합쇼핑몰 코엑스몰 부활 시동

입력
2017.06.1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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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공간 많은 ‘별다방도서관’ 문 열면서 방문객 줄이어

식음료 매장 매출 증가 효과도… 대부분 상점는 아직 체감 못해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은 대형 서가 3개에 5만여권의 책과 잡지, 최신 e북 시스템을 갖췄다. 박민식 기자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에서 방문객들이 책을 읽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은 대형 서가 3개에 5만여권의 책과 잡지, 최신 e북 시스템을 갖췄다. 박민식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권순지(20)씨는 지난 12일 처음으로 삼성동 코엑스몰을 찾았다. 최근 코엑스몰에 문을 연 ‘별마당도서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친구와 만나 영화관람과 쇼핑을 즐긴 뒤 오후 7시까지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권씨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는 홍대 앞이나 대학로는 시끄럽고 복잡하지만, 별마당도서관은 조용한 분위기에 볼 것도 많아 오랜 시간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다”며 “집에서 멀지만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최근 코엑스몰 안에 문을 연 별마당도서관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3m 높이의 웅장한 대형 서가 3개를 시원스럽게 배치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었고, 누구나 무료로 책을 보며 쉴 수 있도록 해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 감소로 최근 어려움을 겪은 코엑스몰이 별마당도서관 효과로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별마당도서관 코엑스몰 랜드마크로

13일 오후 방문한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은 평일인데도 만원이었다. 엄마를 따라 나온 어린이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까지 관심 있는 책이나 잡지를 보는 사람들로 200여 좌석이 이미 꽉 차 있었다.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나 기말고사를 앞두고 시험공부를 하는 대학생 등이 서너 시간 동안 머무르기도 했고, 스마트폰을 보며 쉬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의 서적과 콘텐츠 관리를 담당하는 영풍문고 직원들도 평일에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려 놀랄 정도다. 도서관이 생기기 전 안내데스크와 벤치 몇 개 등이 설치돼 있었던 이 공간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도서관이 생긴 이후에는 월요일 오전부터 고객들이 몰린다는 게 직원들 얘기다.

코엑스몰 내 영풍문고 매장에서 수년간 근무한 직원은 “도서관 개관(10시) 전인 오전 9시 30분쯤 출근하면 이미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많다”며 “코엑스몰 방문객이 체감상 3, 4배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몰+도서관’ 발상이 통했다

쇼핑몰과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서관을 접목한 참신한 발상이 적중한 이유는 코엑스몰의 단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휴식 공간 부족을 도서관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전면 개장한 1세대 복합쇼핑몰인 코엑스몰은 여러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메가박스)과 대형 아쿠아리움, 패밀리 레스토랑 등 당시만 해도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시설들을 갖추면서 2000년대 초까지 강남 대표상권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유행 상권이 인근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잠실 등으로 이동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11월 재개관했음에도 코엑스몰은 오히려 방문객이 늘지 않았다.

코엑스몰 소유주인 한국무역협회와 지난해 10월 계약을 체결해 코엑스몰 임차 운영사업을 맡게 된 신세계가 방문객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약속 잡으면 만날 장소가 없다’ ‘랜드마크가 없어 길을 잃기 쉽다’ ‘앉아 쉴 공간이 없다’ 등이 주요 불만사항이라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신세계는 방문객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 규슈(九州) 사가(佐賀)현의 인구 5만명 다케오(武雄)시가 체류형 도서관(다케오 도서관)을 만들어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사례에 주목했다. 이 도서관은 내부에 커피숍이 있어 방문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DVD도 볼 수 있다. 부모가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쉬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일반 도서관과 차별화한 게 성공 요인이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다케오 도서관을 둘러본 뒤 국내에 아직 도서관을 쇼핑몰에 접목한 사례가 없어 차별화도 되고, 코엑스몰의 가장 큰 불편사항이었던 휴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만족…상가 매출 증대는 ‘아직’

이후 코엑스몰을 찾은 방문객들은 휴식공간이 늘어나 만족하고 있다. 직장인 이주용(42)씨는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 때 코엑스몰은 쉴 곳도 없고, 만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인근 호텔 커피숍을 주로 이용했었다”며 “도서관에 휴식공간이 생긴 이후에는 이곳에서 자주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애(60)씨도 “코엑스몰에 익숙하지 않은 지인과 만나려면 길을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도서관을 중심으로 설명하게 돼 길 찾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음악 밴드 활동을 하는 배진영(20)씨는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예술적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상권이 다시 활성화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등 일부 업종은 도서관 개관 후 연계 행사를 통해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지만, 패션 화장품 매장 등 대부분 상가는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하다. 별마당도서관 인근 화장품 매장 부점장 이모(32)씨는 “도서관을 찾은 사람 중 매장으로 들어오는 손님은 많지 않다”고 했고, 의류 매장 직원도 “고객이 조금 늘긴 했지만, 매출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대학생 정모(23)씨는 “물건을 사고 싶어도 비싼 편이라 구매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이후 상대적으로 비싼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매장 위주로 꾸며져 이전보다 상품 가격대가 올라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별마당도서관을 통한 차별화로 다시 고객을 끌어모으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며 “아직 초기라 상가 매출 증가 등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방문객의 성별 연령 취향 등을 분석해 매장을 꾸며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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