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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신매매 참상을 고발한 게임 ‘미싱’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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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신매매 참상을 고발한 게임 ‘미싱’의 뒷이야기

입력
2017.12.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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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초. 인도에서 어린이 한 명이 사라지는 시간이다.

인도에서 나온 한 게임이 인도 사회의 끔찍한 모습을 들춰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 게임이 전하려는 건 충격만이 아니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행동에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게임의 이름은 <미싱>(Missing: Game for a cause). 인도의 인신매매 문제를 다룬 사회 운동과 같은 이름이다.

게임 <미싱>으로 변화를 추구한 인권운동가, 레나 케즈리왈(Leena Kejriwal)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 에스 팩토리에서 열린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7)에서 그는 <미싱>의 탄생과정과 게임이 가져다 준 영향, 그리고 향후 계획을 전해줬다. /디스이즈게임 김규현 기자

▦<미싱>이 어떤 게임인지 먼저 알고 싶다면 ▶ 카드뉴스보기

KGC 2017에서 강연하는 레나 케즈리왈. 디스이즈게임 제공.
KGC 2017에서 강연하는 레나 케즈리왈. 디스이즈게임 제공.

# 무관심과 싸우다

8초. 인도에서 어린이 한 명이 사라지는 시간. 디스이즈게임 제공.
8초. 인도에서 어린이 한 명이 사라지는 시간. 디스이즈게임 제공.

레나 케즈리왈은 예술가이자 15년 넘게 인도의 여성 인신매매 문제와 싸워온 사회운동가다.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8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사라진다. 그들 다수는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돼 성인이 되기도 전에 홍등가에서 성착취를 당한다. 그와 동료들은 이 문제에 오랫동안 맞섰지만 피해자는 되레 늘어만 갔다.

레나와 동료들은 인신매매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 대중의 무관심에 있다고 봤다. 다른 사회 운동이 그렇듯, 인신매매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대응책에 지지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문제해결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레나는 다양한 활동으로 여성 인신매매 문제를 알렸다.

납치로 실종된 소녀들을 형상화한 검은 실루엣은 <미싱>의 시작이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납치로 실종된 소녀들을 형상화한 검은 실루엣은 <미싱>의 시작이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그는 처음에는 설치조형물로 유괴당하는 소녀들을 알렸다. 게임 <미싱>의 표지에도 볼 수 있는 소녀 형상의 검은 실루엣이 그것이다. 이는 소녀가 사라진 것을 검은 구멍(Black Hole)으로 나타낸 동시에, 사라진 소녀를 기억하자는 취지였다. 레나의 메시지에 공감한 사람들은 스텐실, 벽화 등으로 표현한 검은 실루엣을 확산하기 시작했다.

납치 사건 장소를 가리키는 레나. 교외지역은 교육의 부재로 인신매매에 더 취약하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납치 사건 장소를 가리키는 레나. 교외지역은 교육의 부재로 인신매매에 더 취약하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인신매매 문제를 알리고자 수 만 명이 3주 동안 함께 걸었던 Pad Yatra. 디스이즈게임 제공.
인신매매 문제를 알리고자 수 만 명이 3주 동안 ​함께 걸었던 Pad Yatra​. 디스이즈게임 제공.

대규모 캠페인도 열었다. 레나는 도시와 특히 인신매매가 심한 교외로 나가 청소년들에게 인신매매 실태와 예방법을 전했다. 인신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대중에 알리기 위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14개 도시를 통과하는 대규모 걷기 대회(Pad Yatra)도 개최했다.

이렇게 10여 년 동안 활동했지만, 문제 인지도를 넓히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레나는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이 한계를 극복하기로 했다. 그 기술이 바로 게임이었다.

# 인신매매를 다룬 인도 최초의 게임, <미싱>

레나는 ​처음엔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그런 앱을 선뜻 다운로드 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였다. 이에 그는 소녀들의 비참한 현실을 체험하는 롤플레잉게임(RPG)으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 사용자들이 게임 플레이로 인신매매 문제를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공감해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서였다. 공유도 더 잘 될 것으로 봤다.

게임 <미싱>은 인신매매 반대 운동에 게임 체인저가 됐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게임 <미싱>​은 인신매매 반대 운동에 게임 체인저가 됐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인도 최초로 인신매매를 다룬 게임에 대한 반응은 엄청났다. 마케팅 없이 50만 이상 다운로드가 됐고, '올해의 인도 인디 게임'(주최: NASSCOM)으로 선정됐다. 마침 인도의 IT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현지 사용자수, 특히 인신매매 취약지역인 교외지역 사용자들이 증가했다.

앞으로 <미싱>에 추가되는 6개 국어에는 한국어가 포함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앞으로 <미싱>에 추가되는 6개 국어에는 한국어가 포함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이후 <미싱>은 인도 인신매매의 42%가 일어나는 서벵골 지역 언어인 벵골어 버전을 출시했다. 그 결과, 벵골어를 국어로 하는 방글라데시에서 뜻밖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레나는 현재 <미싱>은 여러 언어 버전으로 번역 중이고, 특히 많은 한국 사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어 버전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 게임을 통한 공감과 새로운 협력

무엇보다도 <미싱>은 인신매매에 반대해야 한다는 것을 사용자들에게 강력하게 호소했다. 수천 개의 리뷰에는 '흥미로웠다'는 평과 '너무 자극적이다'는 평으로 엇갈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 게임으로 강렬한 감정을 체험했으며, 사용자들에게 ‘행동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게임이 성공했다는 사실이었다.

행동해야 한다. - 많은 사용자들의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말. 디스이즈게임 제공.
행동해야 한다. - 많은 사용자들의 리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말. 디스이즈게임 제공.

<미싱>은 여러 전문가들과 협력해 또 다른 성과와도 이어졌다. 스웨덴 셰브데 대학의 마르쿠스 토프달 (Marcus Toftedahl) 교수는 <미싱>의 사용자들과 리뷰 평점을 분석했다. 그가 알아낸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성착취를 위한 인신매매가 자주 일어나는 국가들에서 <미싱>의 다운로드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미싱>의 사용자수와 성매매용 인신매매 횟수가 비례한다는 마르쿠스 교수의 연구. 디스이즈게임 제공.
<미싱>의 사용자수와 성매매용 인신매매 횟수가 비례한다는 마르쿠스 교수의 연구. 디스이즈게임 제공.

인도를 비롯해 미국, 태국, 필리핀, 브라질은 다운로드 수와 인신매매 범죄 모두 최상위권에 속했다. 인신매매 청정국이라는 한국도 문제가 많은 현실(외부기사링크)과 비교하면 다운로드 수(약 1만 8,400건)가 적지 않았다. 이런 연구는 인도와 인신매매 문제가 심각한 국가들의 문제 인식 정도를 확인하는 유용한 자료가 된다.

쇼셔너 가필드 박사. <미싱>이 사용자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쇼셔너 가필드 박사. <미싱>이 사용자에게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또 다른 협력자는 유명 심리학자인 쇼셔너 가필드 박사 (Dr. Shoshana Garfield)였다. 그는 <미싱>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토대로 사람들의 정서적 관계를 연구했다. 쇼셔너 박사는 게임을 통해 어떤 주제가 계속 회자되면서, 결국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미싱>의 경우, 인신매매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납치된 소녀에 관한 여러 이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나는 대규모 설문을 통해 인신매매 방지 교육에 앞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모았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레나는 대규모 설문을 통해 인신매매 방지 교육에 ​앞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모았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레나는 쇼셔너 박사와의 협업으로 지역 학교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활동을 진행했다. 여기서 모인 데이터는 인신매매와 그 원인인 성착취에 반대하는 정서적 교육을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성착취하려는 수요가 인신매매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므로, 이를 줄이는 교육을 사전에 전개하는 것이다.

# 후속작, 더 즐길 수 있으되, 메시지를 잃지 않겠다.

<미싱>이 준 성과와 영향을 바탕으로, 레나는 후속작인 <미싱: 컴플리트 사가>(Missing: The Complete Saga)를 제작 중이라고 발표했다. 후속작은 올해 7월 인도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현실 기반 RPG에 스케일이 더 커진다고 한다.

<미싱: 컴플리트 사가>는 마을 소녀 참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미싱: 컴플리트 사가>는 마을 소녀 참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레나가 강조한 후속작의 특징은 더 늘어난, 더 깊이 있는 게임 플레이다. 게임에는 더 많은 선택지와 함께 다양한 스토리와 결말이 들어갈 예정이다. 주인공 소녀인 참파는 사용자의 대응이 미숙하면, 시작부터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어 홍등가에 끌려가게 된다.

후속작에서는 안전한 삶 (흰색)과 납치당한 삶 (검은색)의 분기점이 존재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후속작에서는 안전한 삶 (흰색)과 납치당한 삶 (검은색)의 분기점이 존재한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물론 사용자가 잘해서 게임 끝까지 그가 납치당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참파 대신 그의 친구나 동생이 유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홍등가로 들어가야 한다. 스토리는 이 빛(안전한 삶)의 영역과 어둠(납치당한 삶)의 영역을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미싱: 컴플리트 사가>는 일반 사용자들이 몰랐을 여러 사실을 다룰 예정이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미싱: 컴플리트 사가>는 일반 사용자들이 몰랐을 여러 사실을 다룰 예정이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어떤 과정이든 간에, 후속작의 결말은 희망을 줄 거라고 레나는 전했다. 모험에 도전하는 승리하는 영웅의 이야기처럼, <미싱: 컴플리트 사가>도 비슷한 구조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전작과 마찬가지로 게임 플레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후속작도 인신매매 문제를 사용자가 해결하면서 문제에 대한 사실을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레나는 인신매매에 맞서서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마지막으로 레나는 인신매매에 맞서서 행동할 것을 요청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레나는 사회문제와 떨어져 있던 대중들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도록 유도한 것을 게임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게임 <미싱>을 통해, 진행중인 인신매매 문제에 머뭇거리지 말고 행동할 것을 당부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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