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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농가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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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농가 “아, 옛날이여”

입력
2017.03.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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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ㆍ칠레 FTA로 가격 반토막

작년 재배면적 24% 폐업 신청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던 박모(51)씨는 올 초 3만㎡에 달하는 블루베리 농장을 싹 밀어버렸다. 2012년 한미FTA 체결 등으로 미국ㆍ칠레산 블루베리가 밀려들면서 가격이 폭락해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6년간 해온 블루베리 농사를 접고 밭작물을 심을 계획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베리가 도입 10여년 만에 농가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시장에서 블루베리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수입산에 가격ㆍ기술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블루베리 농가의 폐업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농가에서는 이러다가 국내 블루베리 재배 기반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블루베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500여 블루베리 농가가 전체면적의 24%에 달하는 550㏊에 걸쳐 FTA 폐업지원금을 신청했다. 액수로는 926억원 규모다. 최대산지인 전북ㆍ전남의 경우 30% 가량의 재배면적이 폐업 예정이다.

협회 이승화(60) 전남지회장은 “맛과 품질은 국내산이 우수하지만 우리는 우기에 블루베리를 수확하면서 쉽게 물러진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재배 저장 유통기술이 떨어지고 특히 가격경쟁력에서 수입품에 너무 밀리다 보니 농가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협회는 2000년대 중반 ㎏당 4만~5만원 하던 가격이 현재 2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함승종(67) 협회장은 “국내 블루베리 시장은 3,500억원 정도로 6대 과수 수준으로 커졌는데 제대로 된 재배 저장기술 개발은 물론 그 흔한 공동선별장 하나 없다”면서 “정부가 기술개발 지원을 외면하고 폐업보상이나 해주는데 머문다면 국내 블루베리시장을 외국산에 완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블루베리 폐업이 경쟁력을 찾는 과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재배 농가는 “부분폐업 농가들은 대부분 생산력이 떨어지는 관목들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현 가격수준을 고려해 재배 및 저장기술을 개발한다면 국내농가들도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들은 “블루베리는 부가가치가 높고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해 농촌 노년층 일감으로도 훌륭하다”면서 “소비자들도 블루베리가 외국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국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블루베리협회는 협회를 전국 농가의 80% 이상이 참여하는 협의회로 확대 개편한 뒤 자조금 조성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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