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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뷰는 왜 리뷰를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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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뷰는 왜 리뷰를 포기했나

입력
2018.07.07 11:00
수정
2018.07.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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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뷰왕 김리뷰' 캡처
페이스북 '리뷰왕 김리뷰' 캡처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 운영자 김리뷰(25ㆍ필명)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다. 세상 모든 것을 리뷰한다. 자신의 회사가 망한 이유를 리뷰하며 “나는 이것저것 일 벌려 놓고 수습 못하는 인간”이라고 한탄하거나, 고등학교 친구들과 스키장에 다녀온 리뷰라며 “도대체 스키는 왜 타는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는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김리뷰가 리뷰한 주제는 약 200개. 내용은 극도로 주관적이고, 대체로 적나라하다. 욕설은 물론, 온라인 은어도 익숙하게 등장한다. B급 감성이 충만하다. 대중은 김리뷰의 글에서 친숙함을 느꼈다. 46만명에 달하는 구독자 수가 이를 증명한다. 리뷰는 인기뿐 아니라 돈도 가져다 줬다. 리뷰 형식 광고가 유행을 타면서 잘 나갈 땐 1년에 1억원 이상을 벌었다. 웬만한 20대는 꿈도 못 꾸는 금액이다.

그런 김리뷰가 리뷰 콘텐츠 포기를 선언했다. 3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서다.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김리뷰를 만났다. 김리뷰는 “사람들이 내가 무슨 절필을 선언한 줄 안다”며 당황해 했다. 그는 리뷰 포기 선언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우발적인 결정은 아니라고 했다.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리뷰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절필을 선언한 줄 안다”며 당황해 했다. 그는 아직 대중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원모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리뷰는 “사람들은 내가 무슨 절필을 선언한 줄 안다”며 당황해 했다. 그는 아직 대중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원모 기자

모든 것의 시작은 2015년 말이었다. 기상천외한 리뷰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을 때였다. 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리뷰를 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6개월간 준비해 2016년 4월 ‘리퍼블릭 닷’이란 회사를 차렸다. CEO가 됐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아졌다. 앞뒤 재지 않고, 거침없이 리뷰를 써내려 가던 과거의 패기는 조금씩 사라졌다. 어쩌면 스스로 목을 조른 꼴이었다. 김리뷰는 “예전엔 글을 쓸 때 100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면, 회사를 경영할 때는 두 세 가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지 않았다. 회사는 점점 기울어갔다.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지난해엔 그간 소홀했던 페이스북 페이지 활동을 재개했다. 열심히 리뷰를 올렸지만, 반응은 예전 같지 않았다.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렸다. 대중이 원하는 글이 뭔지 고민했다. 예전처럼 B급 감성을 전면에 내걸고 싶진 않았다. 그러자 대중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변했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의무가 돼 있었다. 돌이켜 보면 회사도, 리뷰 쓰기도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내 글이 내 글 같지 않았다”고 했다. 남의 시각으로 재단된 남의 글이었다. ‘대중성’은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을 잡았다. “프로는 하기 싫은 일도 잘 해내야 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 했어요.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었죠. 어느 순간부터 글 쓰는 게 취미가 아니라 일이 된 거죠.”

오래 전,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혼자 백지에 글을 끄적이던 시절이 떠올랐다. 김리뷰는 “이제 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 다짐의 출발으로 지난 5월 새로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7만여 자 분량의 수필을 공개했다. 제목은 ‘역마(驛馬)’. 서울을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겪은 경험담을 담았다. 독자들 반응은 나쁘지 않다. “먼 길 돌아오느라 고생했어, 글쟁이” ‘역마’ 마지막 편에 달린 한 네티즌 댓글이다.

아직은 김리뷰의 ‘변신’에 어색해 하는 팬도 많다. “이제 고상한 글만 쓰겠다는 거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김리뷰는 “기존과 다른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고상, 거창한 글만 쓰겠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그는 “(수필 등을 통해) 내 리뷰가 아닌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데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전과는 다른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많은 팬이 떠날지 모르지만, 가시밭길도 원해서 걷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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