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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 매너

입력
2018.07.27 14:00
수정
2018.07.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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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주 동안의 폭염에 자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지다 보니 운전자들의 불쾌지수도 높아지고 있다. 차선을 바꾸기 위해 끼어들고자 하는 운전자와 끼어드는 차를 밀어내고자 하는 운전자 간의 시비를 자주 목격한다.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미리 차선을 바꾸지 않고 고속도로 출구에 다가가서 끼어들기를 한다거나, 좌회전을 하기 위해 교차로에 이르러서야 1차선으로 끼어들기를 하는 얌체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지형에 익숙하지 않거나 목적지가 갑작스럽게 바뀌어 끼어들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앞에 차 한 대 끼워 줄 마음의 여유는 없다. 차선을 바꾸고자 하는 운전자가 방향등을 켜면 끼어들지 못하도록 오히려 속도를 내는 우리다. 끼어들 때 창 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잠시 비상등을 켜서 고마움을 표현하면 상대 운전자의 짜증은 금세 사라질 텐데, 끼워 주지 않을 때 욕은 해도 끼워 줄 때 고마움을 표현할 마음은 없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자동차의 작동 방법과 교통 체계 그리고 관련 법규는 익혀도 운전 예절은 배우지 않는다. 운전 예절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보행 예절, 식탁 예절, 공공장소 예절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예절 교육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등산, 낚시, 골프 등의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어디서도 관련 예절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기능만을 가르치고 배운다. 기능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만들어진 습관은 기능을 구현하는 내내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지배한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도덕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유다.

초ㆍ중ㆍ고등학교의 도덕 교육은 일상에서 필요한 실천적인 내용보다는 관념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마저도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 기제 속에서 가정도 학교도 도덕 교육에 관심을 두지 않은지 오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주변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되는 가치관은 우리의 지각과 태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도덕 교육은 평생의 삶을 지배하는 기준을 만들어 낸다.

언제부턴가 도덕 교육은 사회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을 경직된 틀 속에 가두는 불합리한 유교문화의 잔재 또는 독재시대의 잔재쯤으로 치부되기 시작한다. 도덕 교육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고의 틀과 행동 방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여 구성원 간의 소통을 보다 생산적으로 하기 위한 노력이다. 도덕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구성원 간의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우리 사회의 파편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사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재화와 노동력은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해 내는 모듈이라는 단위로 잘게 쪼개져 공급되고 사용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해 내는 모듈들을 선택하고 조합해서 사용하면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수의 관계를 경험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언젠가는 인간뿐만 아니라 로봇과도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살아가야 할 시간이 올 지도 모르겠다.

상호작용을 위해 구성원 간에 공유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정의하고 교육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인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되,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소통 방식과 행동 양식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은 지키고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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