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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헌과 행정수도

입력
2017.11.29 18:1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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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기본권과 지방분권은 의견이 모아지는 듯하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는 정파적 이해가 팽팽하다. 한편으로 지방분권과 권력구조의 핵심주제인 행정수도에 관한 논의는 가물가물하다.

관습헌법의 논리로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은 서울에 있다. 국무총리와 상당수 행정부처는 세종시로 옮겼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행정기능이 양립된 2극형 수도의 모양새다. 이렇게 관습헌법의 논리로 뒤틀린 어정쩡한 구조는 해결되어 마땅하다. 초기 균형발전의 명분대로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이 함께 세종시로 가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초기의 명분을 따르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실을 반영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수도’의 내용을 성문헌법에 반영하여 국민의 예지를 모으는 방안이다. 헌법에 ‘수도’의 개념을 실리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특별시로, 행정수도는 세종특별자치시로 한다. 이 경우 행정수도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를 넣는 방안이다. 이 안은 수도를 성문헌법에 규정하는 전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성문헌법에 수도를 규정한 나라는 85개국에 달한다. 그리고 행정수도의 범위와 내용을 법률사항으로 위임함으로써 국회이전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행정부와 국회, 대법원이 같은 곳에 있어 국가의 상징성과 행정의 효율성을 갖는다. 예외적인 나라가 몇 있다. 분단의 경험을 가진 독일의 경우 행정부는 베를린과 본, 국회는 베를린, 대법원은 칼스루에에 있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펼쳐진 칠레의 경우 행정부와 대법원은 산티아고에, 국회는 발파라이소에 있다. 남아공의 경우 행정부는 프리토리아, 국회는 케이프타운, 대법원은 블룸포테인으로 나뉘어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균형발전의 명분이나 행정의 효율성 면에서 타당하다.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도 국회가 행정부와 따로 있는 몇 개의 예외적 국가로 열거되어야 할 논거는 크지 않다.

이 안에서의 논점은 대통령이 서울에 남아 수도의 기능을 살리는 데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울에서 대통령이 집무하여 수도의 기능을 유지하고, 세종시에는 제2청와대를 설치하는 것이다. 2004년 위헌판결 이후 세종시에는 100여 개 외국공관이 들어설 공간마련이 어려워 외교통상부는 서울에 남고, 통일수도는 서울이 적절하기 때문에 통일부도 서울에 머물며, 수도권에 국가의 핵심적 주요시설이 집중되어 국방부의 서울 잔류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러한 상황은 통일될 때까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대법원이 서울에 있으면 법무부도 서울에 남는 것이 효율적이다. 따라서 서울에는 청와대와 외교부ㆍ통일부ㆍ국방부ㆍ법무부 등의 행정부처, 그리고 대법원이 남아 수도의 기능을 수행하고, 세종시에는 제2청와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다른 하나는 헌법 제3조에 “대한민국의 국기(國旗), 국가(國歌), 수도 등 국가 상징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를 명문화하는 방안이다. 이 안은 수도의 상징성을 부각시켜 헌법적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도와 행정수도 규정 간의 균형성을 갖추면서, 법률 제ㆍ개정으로 행정수도와 관련된 내용을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국가의 상징과 관련해서 국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독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이다. 국가에 관한 규정은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 국장(國章)에 관하여, 러시아의 경우 문장(紋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2004년 위헌판결 이후 많은 국민들은 풀리지 않은 세종시 문제로 번민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개헌과 행정수도를 정면에서 다루어 해결책을 내야 할 적기가 아닐까?

권용우 성신여대 명예교수ㆍ국민주권회의 개헌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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