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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우 기자

등록 : 2014.12.05 04:40
수정 : 2014.12.05 06:50

故김근태 3주기… 아직 치유되지 못한 아픔들

등록 : 2014.12.05 04:40
수정 : 2014.12.05 06:50

삶의 흔적·노동에 대해 고민한 작품들, 21일까지 '생각하는 손' 미술전시회

생각하는 손/아카이브 전시

설치미술작가 이부록의 '근태서재 새서랍 숲'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물건과 기록을 정리해 원형 서재로 구성한 전시다. 김 전 장관의 강의노트와 노동운동 관련 책자, 미술전시 도록 등을 펼쳐볼 수 있다. 근태생각 제공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망한 지 3년이 지났다. 민주화 운동에 젊은 시절을 보내고 정치인으로서 '따뜻한 시장경제론'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던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노동이었다.

같은 문제 의식을 지닌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전시 '생각하는 손'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의 부인인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시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가 어느새 3년이 흘렀는데 이 전시를 보니 비로소 그가 정말 떠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시를 준비한 작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전시기획을 맡은 미술평론가 박계리는 “지난 2년간은 공연의 형태로 추모행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미술전시를 하게 됐다”며 “김근태라는 사람이 지키고자 했던 꿈, 나누고 싶었던 생각을 표현하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김근태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이부록의 ‘근태서재 새서랍 숲’으로 시작한다. 서재 형태의 이 아카이브는 김 전 장관이 대학 시절 공부했던 노동경제론 노트에서 시작해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차를 팔고 구입한 교통카드 지갑으로 끝난다. 인재근 의원은 전시된 물건에 얽힌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남편과 함께 한 시간을) 다시 추억하게 하는 이 작품이 특별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청년 김근태가 ‘옥순씨(인 의원의 가명)’를 향해 쓴 연애편지는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수배 대상이 돼 만남조차 여의치 않은데도 사랑을 키워나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되살린다.

한편으로 전시를 공동기획한 김 전 장관의 딸 김병민씨에게 이 전시는 아버지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이다. 미술작품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미술사를 전공한 김씨는 “아버지의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과거 아버지가 민주화와 노동 운동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김씨가 아버지의 복역 중에 주고받았던 편지도 책자를 통해 공개됐다. 김씨는 이 책자에 “세상을 떠난 아빠의 사랑을 지금도 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썼다.

이 전시가 단순히 김 전 장관의 발자취를 되새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노동을 고민하고 있는 작가들이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 밴드는 5월부터 대법원 앞에서 벌였던 24시간 농성 천막과 시위도구를 그대로 가져와 전시했다. 정리해고에 맞서 7년 넘게 투쟁해 온 노동자들은 스스로 예술가가 돼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연극으로 풀어냈다. 연극의 준비 과정을 영상에 담은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 라이브’는 오랜 싸움에 지쳐가는 그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콜트콜텍과 같은 노동운동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극장 간판 노동자, 미싱사, 서울역 주변의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도 가혹한 근로조건에 내몰려 있다. 노동의 문제는 보편적이다. 퍼포먼스 작가 임민욱은 구멍 뚫린 가슴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상처를 보듬는 ‘관흉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서 이야기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찾자”고 말한다.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았던 김근태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은 오늘 한국의 노동자들이 겪는 아픔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손’은 과거를 추억하는 전시가 아니라 그로부터 새로운 문제를 의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생각하는 손’ 전시는 12월 2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갤러리문에서 열린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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