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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 노벨상 19명 배출… 일본 과학계 저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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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 노벨상 19명 배출… 일본 과학계 저력은

입력
2014.10.0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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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일본계 과학자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교수,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 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일본계 노벨상 수상자는 22명째로, 일본 신문사들은 호외를 발행해 이 소식을 알렸다. AP=연합뉴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발명한 일본계 과학자 아카사키 이사무 메이조대 교수,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 미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일본계 노벨상 수상자는 22명째로, 일본 신문사들은 호외를 발행해 이 소식을 알렸다. AP=연합뉴스

일본인 과학자 3명이 7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 과학계의 저력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로써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22명으로 늘어났는데,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인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 ·85) 일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天野浩 ·54)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3명을 포함해 ▦물리학상 10명 ▦화학상 7명 ▦의학·생리학상 2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이중 19명이 과학 분야 수상자다.

과학 분야 노벨상 19명…탄탄한 기초과학 배경

물리학상 발표 직후 일본 언론들은 신문 호외까지 발행하며 “2012년 이후 2년만에 또 일본인이 상을 받게 됐다” “일본의 높은 물리학 수준을 보여준 쾌거”라며 들뜬 분위기다. 올해 1월 ‘만능세포’의 부정 연구와 논문 취소 추문으로 막 내린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STAP세포’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했다는 기쁨도 감지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 수상자 중 한 명인 아카사키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인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기뻐하고 있다”고 축하했다.

일본은 그동안 주로 과학 부문에서 꾸준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왔다. 1949년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한 공로로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가 첫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다.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연구로 의학·생리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이번 노벨상 바로 직전의 일본인 수상자였다. 일본인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는 2008년의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 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명예교수를 포함한 3명 이후 6년 만이다.

일본 기초과학의 저력은 100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세기부터 근대과학의 흐름을 비교적 빨리 받아들였고 패전 이후 한동안 선진 연구 환경을 갖춘 미국, 유럽을 전전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경제가 고도 성장하면서 자국 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최근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국으로 새롭게 추가된 곳은 이스라엘뿐일 정도로 노벨상 중에서도 과학 분야는 수상국이 제한적이지만 일본은 이 분야에서만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또 수상자 내력을 보면 일본의 이런 과학 연구 풍토가 일부 명문대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벨상 수상 초기에는 도쿄대, 교토대 등 명문대 출신들이 많았지만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인 나고야대 졸업생 아마노 나고야대 교수처럼 점차 지방대 출신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일본의 과학 교육과 연구가 엘리트 중심이 아님을 보여준다.

수상자 3명 일찌감치 세계적 주목 받은 과학자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은 발광다이오드(LED) 중에서도 20세기 안에는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진 ‘청색 LED’를 개발해 일찌감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가 청색 LED의 ‘개발자’라면 나카무라 교수는 ‘상품화’에 성공한 인물이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출신인 아카사키 교수는 교토대를 졸업한 뒤 마쓰시타(松下) 전기 연구소 연구원, 나고야대 교수를 거쳐 나고야 메이조대 종신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시절인 1973년,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LED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한 그는 집념으로 열매를 거뒀다.

아카사키 교수는 이날 수상자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색 LED 개발에 대해 “연구를 시작할 때 ‘20세기 중에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연구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조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는 또 젊은 연구자들에게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좀처럼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카사키 교수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온화하고 배려가 세심한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교도통신이 소개했다. 선물을 받으면 편지지에 빽빽하게 쓴 답례글을 보내 선물을 보낸 사람이 황송해할 정도라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80대의 고령에도 메이조대와 나고야대 연구실을 자주 방문해 학생들의 논문을 읽고, 연구 관련 상담에 응하는 열정의 소유자다.

시즈오카(靜岡)현 출신인 아마노 교수는 나고야대 공학부 시절 아카사키 교수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를 했다. 나고야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거쳐 2002∼2010년 메이조대 교수로 일한 뒤 2010년부터 나고야대에 재직하고 있다.

에히메(愛媛)현 출신인 나카무라 교수는 도쿠시마(德島)대 대학원에서 반도체 연구를 한 뒤 도쿠시마현 내 화학기업 근무 등 경력을 거쳐 2000년부터 UC샌타바버라에서 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인 ‘니치아(日亞) 화학공업’에서 이번 수상을 안긴 핵심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입지전적이다. 도쿠시마대에서 석사학위를 딴 나카무라 교수는 1979년 니치아화학공업에 입사한 뒤 반도체 개발에 참여했지만, 한계에 봉착하자 회장을 설득해 1년간 미국 유학에 나선 것이 노벨상의 출발점이었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에게 니치아도 2억 엔(약 20억원) 대의 고가 장비를 구입해 주며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보장했다. 2000년 더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나카무라 교수는 현재 LED의 발광 효율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소형 프로젝터 개발의 열쇠가 될 ‘녹색 반도체 레이저’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카사키 교수와 나카무라 교수는 1998년 세계 전자공학계의 뛰어난 연구자에게 주는 ‘잭 A·모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2002년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도 받았다. 아마노 교수는 1998년 일본 응용물리학회상, 2002년 일본에서 특별한 성과를 낸 공학자에게 주는 다케다(武田)상을 각각 수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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