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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공자왈 맹자왈, 그 중에서도 ‘맹자왈’이다

입력
2018.03.12 15:3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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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전반에 대해서는 지금의 파문이랄까 격랑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뒤라야 뭐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지금 하는 얘기는 지극히 한정된 사안에 관한 것임을 먼저 밝혀 둔다.

개인적으로 맹자(孟子)보다 공자(孔子)를 훨씬 더 좋아하는 이유는 여유로워서다. 맹자는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갑갑해서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면에 공자가 조선시대에 살았다면 아마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워낙 조심하고 또 조심할 것을 강조하는 공자이기에 목숨이 날아가지는 않았겠지만 조선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기 어려웠으리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요즘 명확히 드러난 안희정 전 지사나 몇몇 정치인의 추태를 보고 있자면 아무래도 그 처방은 공자보다는 맹자에게서 찾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좀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공자는 최선이 안 될 경우 차선(次善)이라도 찾자는 쪽이었다면 맹자는 어떻게든 최악은 피해서 차악(次惡)이라도 찾아보자는 쪽이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자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네 가지 실마리, 즉 사단(四端)을 제시한 사상가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 것이다. 예를 들어 맹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즉 인(仁)의 실마리를 이렇게 조근조근 풀이했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 이유는 (만약에) 지금 당장 어떤 사람이 갑자기 어린 아기가 (뭘 모르고) 장차 우물로 들어가려는 것을 보았을 때 누구나 두려운 마음에 깜짝 놀라서 불쌍해 하는 마음(惻隱之心ㆍ측은지심)을 갖는다. (이런 마음을 갖는 이유는) 어린 아기의 부모와 (장차 반대급부를 기대하여) 가까운 친분을 맺으려 해서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나 친구들로부터 명예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며 (피도 눈물도 없다는) 원성을 듣게 될 것을 싫어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터져 나온 권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는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나 한가? 당연히 자기 가족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었을 텐데 왜 그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지 못했는가?

사실 맹자는 정치를 너무도 간명하게 이 구절을 풀이해 설명하고 있다.

“(빼어난 선정을 베풀었던) 선왕들은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서 이에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정사를 있게 하신 것이다. (따라서)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을 갖고서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하는 정사를 행한다면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가히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이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나마 이쪽은 좋은 방향이다. 정작 맹자의 진짜 경고는 안 좋은 쪽에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살펴볼 때 불쌍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ㆍ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사양하고 남에게 넘겨주는 마음(辭讓之心ㆍ사양지심)이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리는 마음(是非之心ㆍ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 없다.”

혹시 이번 일로 유능한 변호사를 동원했는데도 변명에 실패해 감옥에 가게 되거든 ‘논어(論語)’보다는 ‘맹자’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미 정치생명이 끝난 마당에 강명(剛明)한 지도자의 사람 보는 눈을 길러주는 ‘논어’를 읽어본들 어쩌겠는가? ‘맹자’라도 읽고 이담에 감옥에서 나오게 되거든 동네에서라도 사람 구실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 참에 나도 내가 번역한 ‘논어로 맹자를 읽다’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어봐야겠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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