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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에서 시작된 가톨릭 보혁갈등… 몰타 기사단장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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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돔에서 시작된 가톨릭 보혁갈등… 몰타 기사단장 사임

입력
2017.01.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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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페스팅(왼쪽) 몰타 기사단장이 2016년 6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슈 페스팅(왼쪽) 몰타 기사단장이 2016년 6월 23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에 항명하며 가톨릭교회 내 ‘보혁갈등’을 일으킨 몰타 기사단의 매슈 페스팅 단장이 사임했다. 마리아나 밸푸어 기사단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AP통신에 “페스팅 단장이 24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고, 교황의 사임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몰타 기사단이 교황과 충돌하게 된 것은 이른바 ‘콘돔 스캔들’ 때문이다. 몰타 기사단은 지난해 12월 알브레히트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해임했다. 뵈젤라거 부단장은 자신이 감독하는 자선단체 ‘몰티저 인터내셔널’이 미얀마에서 수만개의 콘돔을 무료 배포하는 것을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기독교는 콘돔을 포함한 모든 인공적 피임을 금지하지만,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에이즈 예방이 유일한 목표라면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뵈젤라거 부단장은 “콘돔 배포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즉시 중지했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뵈젤라거 부단장은 교황에게 조력을 요청했고, 교황은 5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페스팅 단장은 “몰타 기사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조사에 정면으로 반발했고 교황의 조사위원회가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몰타 기사단은 교황청의 보호를 맡는 기사단으로 영토는 없지만 독자적인 주권을 지닌 국가로 취급한다. 하지만 보호의 대상인 교황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상례이기에 교황청 측은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여 페스팅 단장의 사임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몰타 기사단의 대립사건은 가톨릭 내 보혁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게 AP통신을 비롯한 서구언론의 진단이다. 뵈젤라거 부단장과 그 지지자들은 콘돔 사건이 페스팅 단장과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의 세력 강화를 위해 제기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버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출신의 극보수파 성직자로, 지난해 9월 교황에게 이혼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한 추기경 4인 중 한 명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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