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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함께하는 창조경제'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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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함께하는 창조경제'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14.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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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삼성과 연계해 짓는 대구 혁신센터 확대 출범식 참석

"지역별로 대기업 할당시켜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뒤 우수기업 전시관을 찾아 전기오토바이를 타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확대 출범식에 참석한 뒤 우수기업 전시관을 찾아 전기오토바이를 타보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이 공동 참여해 각 지역에서 벤처 창업 등을 활성화하는 사업이 첫 삽을 떴다. 관 주도 창조경제 확산 정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이 한 축을 담당하도록 했는데, 자칫 과도한 대기업간 경쟁과 불필요한 지역감정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5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을 가졌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가 지자체와 함께 지역 인재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업 및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으로 상반기에 개소한 대전, 대구를 비롯해 17개 광역시ㆍ도에 내년까지 순차 설치한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경제가 도약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창조경제로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혁신센터를 촉매제로 활용해 지역의 창조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11만3,000㎡(약3만4,000평) 규모의 예전 제일모직 공장부지에 대구시와 함께 혁신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혁신센터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등이 공동 운영을 맡는다. 삼성 관계자는 “전자 및 소재 관련 기술 및 기업을 발굴 육성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벤처투자에서 100억원 규모 펀드도 조성해 초기 창업기업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른 광역시도 역시 대기업과 연계시켰다. 대구ㆍ경북의 삼성 외에도 ▦대전ㆍ세종 SK ▦부산 롯데 ▦경남 두산 ▦인천 한진 ▦경기 KT ▦광주 현대자동차 ▦전북 효성 ▦전남 GS ▦충북 LG ▦충남 한화 ▦강원 네이버 ▦서울 CJ ▦울산 현대중공업 ▦제주 다음 등이다.

정부가 대기업 지자체와 연계한 이유는 두 가지다. 각 기업들이 독자 추진하고 있는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을 지자체와 연계해 효과를 높이려는 것과 공무원 시각에서 사업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어서 기업의 사업 감각을 접목하자는 취지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민관이 고루 참여해 균형 잡힌 시각에서 창조경제를 추진한다”며 “기업은 사업적 시각에서 창업 희망자들을 바라 볼 수 있어 창업 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혁신센터에 참여하는 대기업들은 지역 내 창업 및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구체적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상품 개발 및 판로 확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게 된다. 필요하면 창업 및 벤처기업의 우수 기술을 대기업이 직접 사들이거나 해당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관련 인력을 채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 구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혁신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미래부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결실을 볼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삼을 것”이라며 “조만간 대전에 SK와 개소식을 갖는 등 17개 센터 중 연내 12, 13개소를 열고, 내년에 나머지를 개소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다. 정부가 창조경제 관련해서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다 보니 지역별로 대기업을 할당하면서 자칫 대기업이 주도하는 전시성 사업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육성업체 관계자는 “마치 프로야구의 프랜차이즈 할당하듯 대기업을 지역별로 할당해 경쟁시킨다고 해서 창업 및 벤처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아무래도 대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연계된 분야에만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외국계 창업육성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대기업들이 창업 및 벤처기업들을 육성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도록 경쟁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구글 애플이 해외에서 잇따라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인수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환경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하는 대기업들도 비용을 비롯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지역간 안배구조는 자칫하면 과도한 지역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힘들어져 결국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보다는 단기적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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