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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로 옷 자르고 과도로 소파 난도질.. 남자도 데이트폭력에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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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로 옷 자르고 과도로 소파 난도질.. 남자도 데이트폭력에 벌벌

입력
2016.03.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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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지난달 집중신고 접수

피해자 1306명 78명은 남성

“주변 시선에 참다 피해 키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A(36)씨는 지난해 6월 부산의 한 술집에서 조모(25ㆍ여)씨와 우연히 합석했다. A씨는 말이 잘 통하는 조씨에게 호감을 느꼈고 두 사람은 곧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씨에 대한 조씨의 집착은 심해졌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떤 X와 만나고 있느냐”는 욕설 문자가 곧장 날아왔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조씨는 올해 1월에는 주먹까지 휘둘렀다. A씨가 더 이상 교제가 힘들다고 판단해 이별을 통보하자 조씨는 집으로 찾아와 A씨 얼굴에 물을 뿌리고 가위로 점퍼를 자르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그러나 남성들 역시 연인 간 폭력의 굴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달 데이트 폭력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1,279건의 신고가 접수돼 61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피해자 1,306명 중 여성이 1,201명으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으나 남성도 78명이나 됐다.

지난달 20일에는 대전 서구 복수동에서 임모(40ㆍ여)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한 네 살 연하의 남자친구 집에 몰래 들어가 과도로 소파를 난도질하고 손목시계 등을 훔쳐 나오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남성을 상대로 한 데이트 폭력 사례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며 “남성 피해자의 경우 주변 시선 때문에 참고 넘길 때가 많지만 폭력이 의심되면 주변인과 경찰에 적극 알려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고기간 동안 적발된 가해자의 연령대는 20, 30대가 58.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40, 50대가 35.6%로 뒤를 이었다. 가해자 중 전과 9범 이상도 11.9%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폭행ㆍ상해가 61.9%로 가장 많았고, 감금ㆍ 협박(17.4%)과 성폭력(5.4%) 순이었다. 지난달 23일 전남 화순에서는 김모(18)군이 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살인 사건도 발생했다.

경찰은 앞으로 데이트 상대방의 전과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한국판‘클레어법’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클레어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인터넷 연애사이트에서 만난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후 데이트 폭력 방지 차원에서 마련됐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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