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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박근혜 노벨평화상 프로젝트

입력
2015.10.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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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열병식 무력과시는 위협적이나

북중 관계회복은 박 대통령에 기회

남북관계 발판 삼아 큰 그림 그려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은 자못 위협적이었다. 사정거리가 1만2,000㎞에 달한다는 이동식 대륙간탄도탄(ICBM) KN-08 개량형이 통과할 때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실황중계에서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로켓트들”이라고 소개했다. 늘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대포장 해온 북한인만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하지만 만에 하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면 끔찍한 일이다.

육ㆍ해ㆍ공 3군 본부가 위치한 계룡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신형 300㎜ 방사포를 비롯한 각종 무기행렬, 전술핵 일종인 핵배낭 부대 등 특수부대들의 일사불란한 행진을 종편의 생중계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등골이 서늘했을 것이다. 그 어마무시한 무력과시를 여과 없이 생방한 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이 아닌지 모르겠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이 보도했다. 오른쪽은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이 보도했다. 오른쪽은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광장의 무력시위와는 딴판으로 무대 위 분위기는 달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연설에서 인민사랑을 외쳤다. “인민보다 더 귀중한 존재는 없으며 인민의 이익보다 신성한 것은 없다”고 했고 “(인민에게) 깊이 허리 숙여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삼가 드린다”고도 했다.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표현은 절제됐고 ‘핵’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인민생활 향상과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긍정적 신호로 볼만하다.

무엇보다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권력서열 5위 류윈산 정치국상무위원과의 친밀한 스킨십이 두드러졌다. 김정은은 함께 입장한 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군중의 환호에 답했고, 3시간 가까운 행사 내내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2년 넘게 지속돼온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를 털어내는 한편, 한 달여 전 중국 전승절 열병식장에서 돋보였던 시진핑 국가주석과 박근혜 대통령간의 친밀한 관계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적 제스처로 보였다.

더욱이 시 주석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리는 축전과 류 상무위원 편에 보낸 친서를 통해 ‘선대지도자들이 키워온 중조(中朝) 전통적 우의’를 강조하고 김정은의 치적을 평가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은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발전 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 정도면 북중관계는 회복된 거나 다름 없다. 장거리 로켓발사나 4차핵 실험과 같은 특대형 도발만 없다면 조만간 북중 정상회담도 가능해 보인다.

북중관계 회복은 동북아 정세와 역학구도에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중국과의 밀착을 대북 압박에 활용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잘만 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좋은 기회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중관계 회복으로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다시 힘을 얻게 되면 북한은 한반도 정세를 뒤흔드는 도발을 하기 어렵다. 이번에 그토록 애민을 강조했으니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 정세안정과 남북교류협력이 절실한 처지다.

마침 8ㆍ25 남북합의의 첫 결실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사히 치러지면 다음은 당국간 회담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면 박 대통령 회심의 카드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도 실행모드로 옮겨질 수 있다. 물론 거저 되지는 않는다.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 자제 등 적극적인 상황관리가 필요하다. 다행히 북서계절풍이 부는 시기로 접어들어 대북전단 리스크는 줄었다. 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국제무대로 이끌어 낼 계기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

박 대통령 주도로 남북관계가 잘 풀려 한반도 긴장완화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가동되며,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실현이 시야에 들어오면? 2017년 10월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박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구차하게 임기후반 국정과 퇴임 후를 염두에 두고 총선 공천에 개입하는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 13일 방미 장도에 오르는 박 대통령은 기내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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