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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간편한 ‘인스턴트 쿡방’… 건강은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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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고 간편한 ‘인스턴트 쿡방’… 건강은 어떡해?

입력
2017.01.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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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편의점을 털어라' 1회에 등장한 '핫카동정식'. 3분 카레와 볶음우동 건더기 스프, 짬뽕라면 매운소스 등 편의점 제품으로 만든 요리다. tvN 제공
tvN '편의점을 털어라' 1회에 등장한 '핫카동정식'. 3분 카레와 볶음우동 건더기 스프, 짬뽕라면 매운소스 등 편의점 제품으로 만든 요리다. tvN 제공

끓는 물에 3분 카레와 볶음우동 건더기 스프를 넣는다. 여기에 짬뽕라면 매운소스, 카레 가루, 청량고추씨와 우동면을 넣고 끓인 후 그릇에 담는다.

지난 13일 방송한 tvN ‘편의점을 털어라’에서 소개된 일명 ‘핫카동정식’이다. 편의점의 인스턴트를 새롭게 조합해 어디서든 보기 힘든 음식을 만들어냈다. ‘핫카동정식’ 외에도 스파게티 라면과 치즈, 소시지를 조합한 ‘마크 정식’, 식빵과 크림 스파게티, 양송이컵 스프를 넣은 ‘빵안에게티’ 등 프로그램이 소개한 편의점 레시피는 무궁무진하다. 간편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혼밥족들에게 각광받지만 문제는 건강이다.

지난해 설탕 과다 사용, 야식 욕구 자극으로 시청자의 건강을 등한시한다는 지적을 받는 쿡방이 올해도 자극적인 먹거리에 빠졌다. ‘자취요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풍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꾸준히 간편식 야매요리를 선보인다. 고등어통조림에 우유와 치즈를 넣거나 인스턴트 국에 면을 넣고 끓이는 식이다. 요리전문 방송은 아니지만 JTBC 웹예능 ‘짱티비씨’는 지난달 ‘일주일간 편의점 음식으로 다이어트하기’에 도전하며 다양한 편의점 레시피를 소개했다.

‘모디슈머’(이미 완성된 제품들을 혼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내는 소비자)를 소재로 한 쿡방은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획일성을 탈피하려는 젊은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완제품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해 일종의 놀이로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역할을 함께 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쿡방의 인스턴트화를 불러왔다. 소비자는 주어진 상품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비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서 만족을 얻는다.

하지만 쿡방이 자극적인 맛에만 집중하면서 부작용도 예상된다. 시청자에게 좋지 않은 식습관을 권장하고 건강의 가치는 외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예전 방송에서는 요리연구가들이 칼로리와 영양을 계산하고 식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했는데 요즘 방송은 미각과 편의성을 추구하는 추세”라며 “국가는 나트륨, 당이 들어간 음식을 줄이라고 권장하는데 몇몇 방송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쿡방의 변화는 편의점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편의점 체인 CU는 지난해 모디슈머를 타깃으로 ‘자이언트 떡볶이’ ‘자이언트 빨간 순대’ 등을 출시했는데 지난달 12월 25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냉장간편식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4.7% 올랐다. 치즈는 19.5%, 냉장 만두는 19%, 통조림은 16.6%의 매출 신장률을 각각 보였다. 모두 편의점 레시피에 자주 활용되는 제품들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 모디슈머를 주제로 한 방송과 SNS 리뷰가 늘면서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진행자들은 자주 과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TV 방송화면 캡처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진행자들은 자주 과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미디TV 방송화면 캡처

과식 욕구를 자극하는 먹방도 여전하다.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은 ‘맛있게 먹는 게 건강’이라는 철학을 내세운다. 식당 사장이 “더 이상 재료가 없다”고 성을 낼 정도로 과도하게 먹는다. 지난 23일 첫 방영한 E채널 ‘식식한 소녀들’은 야식 메뉴로 라면을 택했다. 방송에서 과식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 시청자도 먹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 특히 심야시간에 보는 먹방은 자연스럽게 야식을 떠오르게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모든 먹방·쿡방이 자극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먹방은 맛을 표현하기 위해 먹는 모습을 극대화해서 보여줘야 해 과격하게 비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예능형 쿡방과 예전 건강을 중시한 쿡방의 형식이 융합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영양사나 요리연구가들이 쿡방, 먹방에 패널로 투입돼 새로운 조리 방법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방 실장은 “예능형 쿡방, 먹방에 우리가 하루 동안 섭취해야 할 칼로리나 당, 지방, 나트륨을 고려해 조언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백종원이 설탕을 과다 사용하는 걸 제지하면서 대체 재료를 제안하면 거기서 나오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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