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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지, 대학 강의서 ‘미투 조롱·피해자 2차가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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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지, 대학 강의서 ‘미투 조롱·피해자 2차가해’ 논란

입력
2018.03.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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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성폭행 폭로는 질투심 때문”

학생회 측 “미투 운동 본질 우롱” 규탄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합뉴스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합뉴스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 하일지(63·본명 임종주)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강의 중 ‘미투(#Mee Too)’ 운동과 성폭력 피해자를 조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학과 학생회는 공식 비판 성명을 내고 하 교수를 상대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동덕여대 문창과 학생회 등이 14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성명서에 따르면 하 교수는 전날 1학년 전공필수 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서 소설 ‘동백꽃’을 수업 자료로 활용해 설명하던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학생회에 따르면 하 교수는 “처녀(점순)가 감자로 순진한 총각(화자인 ‘나’)을 유혹해 범하려는 내용”이란 취지로 설명했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강간·성폭행한 것으로, 얘(남자주인공)도 미투 해야겠네”란 발언도 했다.

안희정(53) 전 충남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33)씨를 비하하고, 개인 신상을 들추는 등 2차 피해를 끼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 내연녀 사이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졌을 것이며, 안희정 사건 피해자(김지은씨)가 알고 보니 이혼녀로, 김씨 역시 욕망이 있을 수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학생회는 전했다.

학생회 측은 “하 교수가 ‘왜 김씨가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폭로했다고 생각하냐’는 학생 질문에 ‘(안 전 지사가)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전하면서 “하 교수는 미투 운동의 의도를 우롱하고, 이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재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그들은 또 하 교수의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결단 요구했다.

하 교수는 한 언론을 통해 “소설은 인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흑백논리에 빠질 수 있다. '미투운동'에 반박하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데 인간의 문제로 어쩌면 이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예로서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가해 의혹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는 “민감한 예를 들기는 했는데 학생이 올린 글을 보니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텍스트로 일일이 논쟁에 휩싸이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의 내용은) 내 교권의 문제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사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때가 되면 학생들과 토론장에서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측도 이번 사건에 신중히 접근할 뜻을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현재까지 학생상담센터에 접수된 내용은 없다”라면서 “학생상담센터에 해당 내용이 접수되면 정식 절차에 따라 진상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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