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가 잡은 사람 아냐? 벌써 나왔을 리 없는데.”
휴대폰만 터는 소매치기범을 찾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던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형사들 눈에 O자 걸음으로 상가를 돌아다니는 피의자가 포착됐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유독 뒤뚱거리는 걸음걸이가 눈에 익었다. 소매치기범 김모(74)씨.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소매치기를 하다 붙잡혀 구속된 뒤 재판에 넘겨진 게 지난해 봄이다.
확인 작업이 이어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을 탐문해 김씨가 CCTV에 나온 피의자와 동일한 옷을 입고 다녔다는 사실을 파악, 김씨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출소한 지 10개월 만이다. 그의 집에서는 도난 당한 휴대폰 7대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일평생 소매치기만 해 온 베테랑 범죄자였다. 혼잡한 상가에서 쇼핑하고 있는 사람들이 산만해져 있는 틈을 타 상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순식간에 빼내는 ‘맨손빼기’ 수법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방법으로 주로 지갑을 훔쳤는데, 시대가 흐르면서 휴대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경찰에 붙잡혔을 때 “이제는 소매치기를 끊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지만, 손버릇을 끝내 고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8일까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등 서울 일대 지하상가 및 재래시장에서 쇼핑을 하던 여성들로부터 휴대폰 8대를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상습절도)로 김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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