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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BJ 오른 ‘78세 청춘’… 1인 방송, 소수자들 목소리 담고 볼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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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BJ 오른 ‘78세 청춘’… 1인 방송, 소수자들 목소리 담고 볼륨업!

입력
2018.01.01 19: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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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 채널 시청자 7만명

젊은이들과 공감대 찾아

탈북자, 다문화BJ도 활동

#2

장비 등 진입장벽 낮아

참여자 점점 다양해져

새로운 소통 가능성 모색

그래픽=김민호 기자 그림=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김민호 기자 그림=게티이미지뱅크

“제가 사는 곳도 눈이 와요. 감기 걸리지 마시고 옷 따뜻하게 챙겨 입으세요!”

“좋은 말씀 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돌아가신 저희 할아버지 생각이 참 많이 나요.”

개인방송 진행자(BJ) ‘오작교’의 공식 홈페이지를 채운 응원 글들은 다른 인기 BJ들의 공간과 달리 조금 특별하다. 하나같이 추운 날씨에 BJ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좋은 방송에 감사한다는 글들이다. 애청자들이 스스럼없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BJ오작교는 올해 78세를 맞은 최고령 BJ 진영수씨다.

개인방송은 인기 게임을 잘 다루거나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의 젊은 진행자 일색일 것이라는 통념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고령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의 개인방송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성 미디어에서 담기 힘든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아우르면서 개인방송이 소통의 다양화를 이끌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 유연성, 양방향 소통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방송 진행자로 거듭날 수 있는 개인방송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통로가 되고 있다. TV, 라디오 등과 달리 장벽이나 경계가 없고 소재에도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개인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사회적 소수자들 출연하는 방송을 보면 가슴 아픈 사연을 앞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불편한 시선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아니라 수평적인 시각에서 소통하고 있다”며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사는 얘기를 주고받는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서로 별 관심이 없거나, 소통이 부족했던 집단 간의 벽이 개인방송으로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삶이 적적해서” 방송을 시작했다는 BJ오작교 역시 자신의 일상을 전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을 즐긴다. 그는 “젊은이들은 노인과 마주하기를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노인의 방송을 보러 오는 젊은 친구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노인도 머물만한 곳”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BJ오작교 방송을 ‘즐겨찾기’에 등록해 둔 애청자는 7만2,000명에 달하고 누적 시청자수는 374만명을 넘어섰다.

또 다른 인기 BJ ‘의미2’는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자판을 두드리며 시청자들과 대화한다. ‘컴퓨터 박사’로 불리는 그의 방송에 몰려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최신 IT 기기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BJ의미2의 답변을 기다리며 방송을 즐긴다. ‘새터민이소율’ ‘이평’ 등은 탈북 과정과 북한 음식, 새터민의 고충 등을 소개하는 방송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탈북자 BJ들이다. 이 외에도 휠체어 탄 장애인의 시각으로 영상을 찍어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1인 미디어(페이스북 ‘알트’), 다문화 가정이 겪는 차별을 공유하는 방송(유튜브 ‘릴리가족’) 등 사회적 편견 개선에 앞장서는 콘텐츠들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소통의 순기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칫 금전적 유혹에 넘어갈 수 있는 부작용을 견제하는 장치가 개인방송 프랫폼에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유로운 방송 환경과 ‘별풍선’처럼 시청자가 개인적으로 후원하는 사업모델 등이 개인방송의 강점이기도 하지만 자칫 콘텐츠 선정성, 폭력성을 유도하는 위험성도 있다”며 “모처럼 활성화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소통이 아닌, 돈벌이 소재로 소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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