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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중동 테러의 악순환 끊기

입력
2017.10.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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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 알 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 7월 10일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방문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IS가 이라크 최대 유전도시 모술에서 쫓겨났다고 발표했다. 이라크군이 IS의 전략적 요충지인 모술을 탈환한 것이다. 모술이 2014년 6월 10일 IS 손에 들어간 지 3년1개월 만이다.

쿠르드ㆍ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 또한 IS 사령부와 신병 모집소, 테러요원 훈련소 등이 자리잡은 라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라카는 IS가 칼리프제 이슬람국가의 수도로 정한 상징적 도시다. 조만간 IS는 그들의 통제 하에 있는 마지막 도시 라카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패배가 IS의 완전한 몰락이나 이슬람 테러리즘의 감소, 또는 중동의 가장 심각한 갈등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될 것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확실히 칼리프제 이슬람 국가의 퇴색하는 꿈은 IS가 불만으로 가득한 청년들을 모집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미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투쟁에 호응해 터키에서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가입하려던 외국인 청년 유입건수가 월 2,000건에서 50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외국인 지하디스트 그룹은 여전히 IS에 강력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IS는 서구 자본주의사회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에게 목적 의식과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목적이 살인, 공포 및 신체 상해를 수반한다는 사실은 좌절하고 분개한 젊은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요인이다.

최근 IS의 잇단 패배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IS가 그간 중동과 전세계에 제기했던 위협이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알 카에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알 카에다는 테러리스트 단체를 지원해 온 국가가 쇠퇴하더라도 급진적인 이데올로기가 계속해서 폭력을 조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테러리스트 단체의 지도자들은 친숙한 주권 국가의 국경 밖에서 신병 모집과 공격 계획을 계속하기 위해 단지 과격주의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식만 조정하면 된다.

테러리스트 단체들은 2003년 미국이 침공하기 훨씬 전부터 이라크를 두 쪽으로 나눠놓았던 종파간 분쟁을 계속 활용할 것이다. 이슬람 종파로 보자면 IS는 소수파인 수니파에 속한다. 이들은 소외 당한 젊은 수니파 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니파와 시아파 무슬림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을 비롯한 7개 아랍 동맹국이 지난 6월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의 외교관계를 종식한 것은 중동지역의 위험성을 키우는 결정이다. 이들 7개국은 카타르에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등을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맹주 자리를 놓고 이란과 경쟁 관계다. 사우디-이란 간 파워게임은 두 나라의 대리 전쟁이 벌어지는 예멘에서도 확인된다.

이런 배경에서 IS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이라크, 리비아, 예멘 등에 흩어져있는 기지에서 중동과 그 밖의 지역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피하거나 최소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아랍세계 정부와 비정부기구(NGO)는 테러 단체와의 모든 재정적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 이는 공식적인 금융기관 간 자금 거래뿐 아니라, 테러 단체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시민 개인의 사적인 노력까지 중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이미 가혹한 관련 법규를 갖고 있다. 정부는 테러 자금 지원자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동시에 종교와 정치지도자들은 지하드 운동을 양성하는 폭력적인 이슬람주의를 큰 목소리로 비난해야 한다. 침묵하는 자는 테러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암묵적 동의는 테러에 따른 치명적인 결과와 함께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다.

중동 국가들은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테러 및 극단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들이 세계적으로 나빠진 평판을 회복하고 중동 사회와 경제의 건강성을 복원하려면 테러리스트 모집인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모두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한 나라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처럼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이라크군의 모술 탈환 등 최근 IS의 표면적 붕괴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아랍세계에서 테러와 폭력의 악순환을 끊는 유일한 길은 이슬람 내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 정부들이 근본주의 및 테러리즘 ‘차단’과 ‘비난’이라는 두 갈래의 전략을 시급히 추구해야 한다.

모하 엔지ㆍ모로코 이종문화간 대화 및 이주연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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