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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남남 갈등 유발하는 북한인권

입력
2018.06.08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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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보수는 인권 운운할 자격 없어

인권 빙자한 정치 공세로 전쟁 위기

인권 보편성ㆍ북한 특수성 조화돼야

한국의 보수는 끊임없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다. 3일 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제노역, 공개처형 등 북한의 인권 침해에 눈 감은 평화는 ‘가짜 평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정권 9년 동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겨냥한 인권 공세가 긴장 고조와 전쟁 위기만 초래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초 강화군 해안가에서 북한 주민을 위한 쌀과 물품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로 던지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의 보수는 끊임없이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한다. 3일 뒤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제노역, 공개처형 등 북한의 인권 침해에 눈 감은 평화는 ‘가짜 평화’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수정권 9년 동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겨냥한 인권 공세가 긴장 고조와 전쟁 위기만 초래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진은 북한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초 강화군 해안가에서 북한 주민을 위한 쌀과 물품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로 던지는 모습. 연합뉴스

요즘 프랑스에선 히잡 논쟁이 다시 뜨겁다고 한다. 학생단체 여성 간부가 히잡을 쓴 채 방송에 나온 게 계기였다. 프랑스는 철저한 정교(政敎)분리 사회다. 개인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은 인정하되 공적 영역에서 종교 색채를 드러내는 데는 거부감이 강하다. 프랑스인 3분의 2가 부르키니(여성 무슬림을 위한 전신 수영복) 금지에 찬성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히잡 같은 이슬람 복장이 여성을 억압한다는 시각에 동의하긴 어렵다. 프랑스 지식인 사회에서도 히잡 쓴 여성을 남편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는 것은 이슬람 혐오이자, 히잡 착용을 공격하기 위한 신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흔히 인권은 천부적 권리이자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세계인권선언 제1조)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의 보편성을 인정한다. 인권이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다. 그럼에도 지구촌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인권 기준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이슬람문화는 반인권적이고, 히잡 벗기를 강요하는 서구문화는 인권에 부합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히잡을 착용하든 벗어 던지든,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게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맞을 것이다.

3일 뒤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인권 후진국인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무대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미국은 2004년 10월 세계 최초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나라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대북제재강화법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대북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이슈를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계속 내비쳤고, 납북 일본인 문제를 다뤄 달라는 아베 총리 요청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양국 신뢰를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인권을 주요 의제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접견 자리에서도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 인권은 대한민국 국민을 ‘남남’으로 갈라놓는 갈등 이슈다. 보수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인권 문제의 의제화’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강제노역 등 처참한 북한 인권 상황과 납북자 문제를 외면한 채 추구하는 평화는 ‘가짜 평화’라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의 보수는 인권을 논할 자격이 없다. 반공을 빌미로 오랜 기간 민주화운동을 탄압해 온 반인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보수 기독교계의 차별주의 또한 반공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남북 간 상호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제기하는 인권 문제는 긴장만 고조시킨다. 인권을 빙자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노리고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게 보수정권 9년의 결과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보편성을 띤다지만 역사 문화 종교 등 각국의 지역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한국의 진보처럼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북한 인권 문제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도 미덥지 못하다. 북한 체제의 특수성은 인정하되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일정 부분 담아내는 인권정책이 요구된다.

북한 인권은 북한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분단체제의 극복과 연관돼 설명되지 않으면 보편성과 특수성 논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의 섬이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 장애인ㆍ외국인 차별 등 인권 이슈 또한 분단 체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남북한 인권 상황도 악화했던 역사적 경험이 또렷하다. 햇볕정책이 힘을 잃자 민간인 사찰이 부활됐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됐으며 언론은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평화가 없으면 인권도 자유도 존재할 수 없다. 한반도에 평화 체제가 구축되면 북한은 물론, 대한민국의 인권 상황도 크게 나아질 것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겸 지방자치연구소장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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