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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보호’ 딜레마… “처우 개선” vs “해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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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보호’ 딜레마… “처우 개선” vs “해고 우려”

입력
2017.10.19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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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등 노동3권 보장”

고용부, 인권위 권고 수용 방침

보험업계 “근로자로 인정 땐 4대보험 비용 연 6천억” 난색

정리해고ㆍ대리점 줄폐업 우려

일부 설계사들 근소세 부담에

개인사업자로 남길 원하기도

정부가 특수고용직(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 기본권을 인정하면서 보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정부 방침이 오히려 일자리 감소 같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고용노동부가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해 법률을 제ㆍ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요청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보험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동 3권이 보장된다고 해서 당장 보험설계사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는 건 아니지만 업계에선 노동3권 보장을 시작으로 조만간 근로자 지위 확보까지 실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단체교섭이나 파업으로 인한 유ㆍ무형적 비용발생으로 회사 차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이번 정책 추진이 근로자성 인정으로 이어지는 건 결국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는 보험설계사가 향후 근로자로 인정돼 고용ㆍ산재ㆍ건강보험이나 퇴직금을 제공해야 할 경우 보험사의 비용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총 48만명(노동계 추산 230만명)의 특수고용직 가운데 보험설계사는 34만명이나 되는데,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의 4대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경우 보험업계의 추가 부담액은 연간 6,03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보험사 순이익(6조1,714억원)의 10%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선 추가비용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거란 추산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정부 방안이 오히려 향후 해고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설계사마다 능력 편차가 큰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 결국 저성과자부터 정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근로자로 편입해 보호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보호 대상을 구조조정으로 내모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ㆍ손해보험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317만원, 254만원이었지만 수입 100만원 미만 설계사 비중도 각각 27.9%, 32.7%에 달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보험업계가 비용절감을 위해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설계사 5만7,000여명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근무시간이 유연해 여성 비중(74%)이 높은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보험사들이 근태 관리를 지금보다 철저히 하면서 되려 ‘경단녀(직장 경험이 있지만 결혼ㆍ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의도와 달리 저성과자 해고나 법인대리점(GA) 폐업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일자리를 더 늘린다는 정부 기조에도 역행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사이에서조차 찬반이 갈려 향후 논의 과정에 난항도 예상된다. 개인사업자인 현재는 소득의 3.3%만 사업소득세로 내면 되지만 근로자가 되면 최고 40%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해 개인사업자를 더 선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013년 보험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계사에게 근로자 성격을 인정하는데 반대한다’(57.3%)는 비율이 찬성(33.5%)보다 훨씬 높았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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