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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등 돌리려는 아프리카에 “허리띠 졸라매며 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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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등 돌리려는 아프리카에 “허리띠 졸라매며 도왔는데…”

입력
2017.11.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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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70, 80년대 지원史 부각

美 ‘대북 압박 동참 요구’ 대응인 듯

김일성 시대 ‘反帝’ 고리로 친선관계

최근 제재 강화로 소원해지는 양상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외교장관들에게 무역ㆍ안보 문제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외교장관들에게 무역ㆍ안보 문제와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북한이 김일성 시대 대(對)아프리카 지원사(史)를 부각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 동참 요구에 따라 등 돌릴 조짐을 보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붙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아프리카 나라들의 새 사회 건설 투쟁을 지지성원해주시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는 새 사회 건설을 위한 아프리카 나라들의 투쟁에 물심양면의 아낌없는 지원을 주셨다”며 70, 80년대 토고와 탄자니아 등을 대상으로 한 북한의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신문은 “수령님께서는 늘 일군들에게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곤란을 겪더라도 아프리카 나라들이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완전한 정치경제적 독립을 이룩하고 제 발로 걸어나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쳐주곤 하셨다”며 “결코 그때 우리나라가 남들보다 돈이 많고 풍족해서 아프리카 나라들을 도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 인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수많은 식량과 원조물자들을 굶주림과 빈궁 속에서 일떠서는 아프리카 인민들에게 보냈다”고 생색을 냈다.

신문은 기사 말미에 “혁명 생애의 마지막 시기까지 새 사회 건설에 떨쳐나선 아프리카 나라들과의 친선 관계 발전의 역사에 새기신 천출위인의 현명한 영도의 만단사연을 이 글에 다 담을 수는 없다. 어버이 수령님의 배려로 아프리카 대륙의 방방곡곡에 일떠선 새 생활 창조의 거점들에 대한 추억으로 그 일부를 대신한다”며 북한의 지원으로 아프리카 각국에 들어선 공장과 농장, 국가 시설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과거사를 새삼 환기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뒤 아프리카로 대북 포위망을 넓히려는 미국의 최근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아프리카 30여개국 외교장관들을 만나 “북한을 더 고립시킬 수 있도록 북한과의 외교ㆍ무역 관계를 격하하고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추방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27일 “미국이 체면도 다 잃고 구차스러운 구걸 외교를 벌이며 대조선(대북) 제재에 아프리카 나라들을 끌어들이려고 모지름(안간힘)을 써보았댔자 오히려 그것은 이 지역 나라들과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진보적 인류의 더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가깝다. 현재 북한이 수교한 162개국 중 46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 북한은 김일성 집권 당시 ‘반제(反帝)자주’를 주창하며 비동맹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그 일환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며 친선 관계를 맺었다. 이후 소련의 지원을 받던 1980년대 말까지 아프리카에 식량과 무기를 무상 원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단골 무기 수입국이던 수단이 최근 북한과 군사ㆍ경제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아프리카 나라들의 북한산 동상 주문도 감소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양측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지는 양상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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