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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미술관 나들이, 풍속화 감상법 알면 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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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맞이 미술관 나들이, 풍속화 감상법 알면 더 재미있어요

입력
2016.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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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ㆍ이주헌 지음ㆍ다섯수레 발행ㆍ119쪽ㆍ1만2,000원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ㆍ이주헌 지음ㆍ다섯수레 발행ㆍ119쪽ㆍ1만2,000원

서양 사람들 일상 풍자적으로 그린

‘장르화’ 이야기 생생히 풀어내

숨은 스토리 짐작해 사고력 높이고

우리 주위 모습 한번 그려 보세요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이맘때면 아이에게 어떤 책을 골라주면 좋을지 추천해달라는 어머니들이 많습니다. 봄기운이 싹트는 이 시기에 그림에 관한 책을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3, 4월에는 유명 화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많거든요. 좋은 그림을 알차게 감상하기 위해선 ‘그림 감상하는 법’을 알고 가면 더 좋습니다. 물론 그림 감상에서는 관람객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그림도 알고서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는 서양 풍속화를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이주헌의 주제별 그림읽기’ 시리즈의 하나로, 한겨레신문 문화부 미술 담당 기자와 학고재 미술관장을 지낸 이주헌 작가가 서양 풍속화에 담긴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책이죠. 소재에 따라 문화 활동과 여가가 담긴 그림, 어린이와 여성이 등장하는 그림, 농촌과 도시를 그린 그림, 사랑과 상실의 아픔, 그리고 동물을 그린 그림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습니다.

풍속화라고 하니 김홍도, 신윤복 등이 그린 한국의 풍속화가 생각나지요? 하지만 서양 풍속화는 조금 다르답니다. 서양에서는 풍속화를 ‘장르화’라고 합니다. ‘장르’는 원래 어떤 부문이나 종류를 뜻하는 것으로, 그림을 그린 소재나 기법 등에 따라 나눈 것을 말합니다. 서양의 그림을 역사화,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등으로 나누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을 따로 부를 이름이 없어 그냥 ‘장르화’라고 부른 것이고, 그것을 우리 식으로 불러 풍속화라고 합니다.

서양의 장르화를 풍속화라고 부르는 걸 보니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담았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서양의 풍속화도 우리의 그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다 보면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 그림 안에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우리 화가들처럼 서양의 화가들도 사회문제를 곧이곧대로 드러내기보다 살짝 비틀고 꼬집어 풍자적으로 표현하기를 즐겨 했던 것 같습니다. 서양 풍속화를 감상할 때 이런 풍자와 해학이 깃든 부분을 찾으며 감상한다면 그림이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레오니드 솔로마트킨 ‘경찰의 찬송’
레오니드 솔로마트킨 ‘경찰의 찬송’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레오니드 솔로마트킨의 ‘경찰의 찬송’은 한 상인의 집에 경찰이 들이닥쳐 찬송가를 부르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돈에 눈이 먼 경찰관들이 자기들 덕에 동네가 안전한 것이니 돈을 좀 내놓으라고 찬송가를 부르며 시위를 합니다. 시민을 지키는 것은 경찰관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돈을 내놓으라뇨. 하지만 상인은 뒤탈이 두려워 돈을 꺼냅니다. 그 모습을 곁눈질 하고 있는 경찰의 표정에서 검은 속내가 들여다보입니다. 경찰 뒤의 여인은 귀를 막고 돌아섰네요. 민중의 지팡이여야 할 경찰이 오히려 민중을 향해 지팡이를 휘두르고 있음을 비꼰 작품입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선상파티’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선상파티’

사람들의 여유로운 문화 활동과 여가를 그려놓은 모습도 풍속화에서 빼놓을 수가 없죠. 르누아르의 ‘선상파티’에는 보는 사람마저 즐겁고 유쾌하게 만드는 마법이 숨어 있는 듯합니다. 경쾌한 붓놀림, 화사한 색채, 그림 속 유쾌하게 웃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감상하는 관람객마저도 행복감에 빠져들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무래도 어린이가 등장하는 그림에 관심이 더 갈 겁니다. 피테르 브뢰겔의 ‘어린이들의 놀이’를 보세요.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이 캔버스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이 그림 속에 그려진 놀이가 자그마치 91가지나 된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무슨 놀이를 하며 노는지 하나하나 짚으면서 자세히 보세요. 익숙한 놀이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피테르 브뢰겔 ‘어린이들의 놀이’
피테르 브뢰겔 ‘어린이들의 놀이’

스냅사진(snapshot)이라고 아시나요? 피사체가 눈치 채지 못하게, 짧은 순간의 기회를 이용해 찍는 사진을 말합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하고 찍는 어색한 표정의 사진에 비해 살아있는 표정과 동적인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이런 점에서 풍속화는 스냅사진과 비슷합니다. 풍속화는 화가가 연출한 장면이라기보다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 안에 풍성한 스토리가 숨겨져 있지요. 책을 읽은 후, 아이들과 그림 속에 숨어있는 스토리를 짐작해 보세요. 책을 통해 풍속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법을 알았다면, 다음은 숨은 스토리를 짐작해 봄으로써 사고력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 본 르누아르의 ‘선상파티’ 그림을 보면서 어떤 스토리가 숨었을지 이야기해 봅시다. 언제, 왜 모인 건지, 모인 사람들은 어떤 관계일지, 이곳은 어디인지 등 아주 구체적으로요. 또 인물들의 머리 위에 말주머니를 만들고, 거기에 인물들이 주고받을 법한 말들을 써 봅시다. 한 명 한 명의 표정과 동작이 다르니 그에 어울린 만한 말들을 생각해야겠죠? 이렇게 짐작해본 내용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한다면 그림과 글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입니다.

이런 활동도 추천할 만합니다. 풍속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이라고 했으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풍속화로 그려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엇을 그릴지 어려워한다면 힌트를 줘보세요. 학교를 마치고 신나게 귀가하는 친구들의 모습, 한데 모여 있으면서 각자 손에 쥔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가족의 모습 등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을 귀띔해 주는 것이지요. 우리 아이들은 어떤 풍속화를 남기고 싶어 할지 궁금하네요.

그림에 관한 책을 읽었으니 이제 직접 감상하러 가볼까요? 아이들도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직접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지요. 책에서 배운 그림 감상법을 직접 실행에 옮겨볼 수 있다면 앞으로 있을 그림과의 만남이 더욱 즐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따뜻한 봄, 우리 아이들이 아름다운 그림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칠 수 있게 미술관 나들이 다녀오세요.

안혜진 한우리 독서토론논술_책임연구원
안혜진 한우리 독서토론논술_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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