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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독이 든 성배’ 받는 새 대통령께

입력
2017.05.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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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기쁨보다 중압감이 더 큰 위기상황

역대 대통령 실패는 제도 아닌 본인 잘못

집권 한 달 내 대통령 존재이유 보여 줘야

새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는 청와대 정문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 대통령 취임을 기다리는 청와대 정문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신은 9일 밤 대통령에 뽑히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열아홉 번째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과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겠지요. 지나온 역경과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겁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를 것입니다.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불안이 밀려올 겁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예기치 않게 치러졌습니다. 대통령으로서의 준비 기간은 두 달에 불과했습니다.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을 깊이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갑작스레 대통령이 되는 당신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도 불안한 심정입니다.

나라 안팎의 여건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여소야대 상황은 당신의 권한과 역할을 제한할 것입니다. 선거 운동에서 드러났듯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이념 대립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습니다. 통합과 협치를 하려 해도 상대 진영이 흔쾌히 손을 잡아주지 않을 듯합니다. 대외 환경은 더욱 부정적입니다. 한반도 안보위기는 발등의 불이지만 트럼프와 시진핑, 아베가 ‘초보 대통령’이라고 한 수 접어줄 리 없습니다. 오히려 깜냥을 보려고 흔들어대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찌 보면 당신은 ‘독이 든 성배’를 받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헌정사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인물은 드뭅니다. 2015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잘한 일이 못한 일보다 많다는 대답을 얻은 대통령은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3명뿐이었습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취임했지만 실망만을 안겨주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지금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대통령의 실패가 제도의 문제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해결 방안으로 개헌이 논의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를 통해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정운영의 성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통령 자신에 있습니다.

새 대통령에게 집권 초 한 달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권력이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에는 반대 진영도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도 대통령에게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국가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 줘야 합니다. 시대의 요청을 반영한 정치적 의제를 제시하고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YS와 DJ는 ‘민주화’라는 시대적 가치를 상징화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변혁적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그것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능력까지를 포괄합니다.

현 정치적 상황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대통령이 제시한 정치적 의제를 실현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은 물론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렵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 여러분에게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난국은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여러분과 같이 상의하겠습니다. 나라가 벼랑 끝에 있는 금년 1년 만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권력 기반이 취약한 당신이 귀담아 들어야 할 말입니다.

국민과 소통을 통해 정치적 신뢰를 쌓는 과정도 절대적입니다. ‘소통의 달인’인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은 퇴임 인터뷰에서 취임 당시의 오바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위기와 어려움에 직면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온갖 위기가 중첩된 지금이 역설적으로 당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 국민도 이제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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