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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의 일반해고 지침 등 일방 추진,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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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의 일반해고 지침 등 일방 추진, 이해 안 돼

입력
2015.12.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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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0일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담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노동개혁 5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양 지침의 조속한 추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양 지침은 노동계가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사안이어서 극한 노정(勞政) 갈등이 불가피하다.

정부 초안은 ‘업무능력이 결여되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공정한 평가, 교육훈련 및 배치전환 등 개선 기회 부여 등을 정당한 해고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 규칙인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변경 효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지침을 적용, 기업들이 노조 동의 없이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할 수 있게 길을 터주려는 것이다.

양 지침은 근로자 신분 불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두산인프라코어 사태에서 보듯 기업들이 편법적이고 강압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은 ‘쉬운 해고’를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기업 입장에선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일반해고 지침은 근로자 지위 보장을 위해 해고를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로 제한한 근로기준법과도 충돌한다. 일반해고 문제를 다루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방법일 텐데도 정부는 행정지침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함으로써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심의 과정을 피해가려 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취업규칙 변경 조건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는 특정 사건에만 적용되는 예외적 경우인데, 이를 전체 사업장에 적용하는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자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비판 받을 소지가 크다. 법적 근거 없는 행정지침으로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파생될 소송 사태와 노정 충돌 등 사회적 후폭풍을 감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양 지침 추진은 9ㆍ15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 노사정은 당시 양 지침과 관련,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동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양 지침을 밀어붙이는 일방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거면 노사정 대화는 왜 했는지, 또 이런 식으로 뭘 얻을 수 있는지, 정부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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