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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관예우 조장하는 구멍 뚫린 고위법관 재취업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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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관예우 조장하는 구멍 뚫린 고위법관 재취업 심사

입력
2016.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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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법관에 대한 재취업 심사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공직자윤리법에 취업제한 기관으로 분류된 대기업 및 대형 로펌 취업 심사결과 고위 법관과 법원공무원 18명의 취업이 모두 승인됐다. ‘관피아’‘전관예우’를 막겠다며 2014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받은 때는 예외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올해 2월 퇴임한 박홍우 전 대전고등법원장의 법무법인 KCL 취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는 박 전 고법원장이 퇴직 전 5년간 대부분 법원장으로 근무하며 사법행정 업무만 담당했다는 이유로 취업을 승인했다. 법원장이 개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논리나 지나치게 편의적이고 형식적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기업의 소송에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상무 취업을 승인한 법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윤리위 재취업 심사의 형식적 운영은 심사 시기에서 두드러진다. 취업제한 대상기관 취업 여부는 사전에 심사해 승인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상당수는 취업 후에 심사가 이뤄졌다. 2012년 이후 실시한 18건 중 취업일 이후 심사가 이뤄진 경우가 8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4건은 취업한 지 1년이 넘어서야 취업 심사를 했다. 취업일 전에 심사를 한 경우도 취업을 일주일 남겨 놓고 진행된 게 대다수였다. 그러고도 심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어기고 단 한 건도 공개하지 않았다.

고위 법관의 재취업을 엄격히 규정한 것은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한 전관예우를 막자는 취지다. 직접 관련 소송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더라도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는 게 법 취지에 맞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고액 수임료 사건이 물의를 빚자 법정 밖에서의 변론 금지 등의 전관예우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위 법관의 재취업을 거르지 않고 무분별하게 승인하는 것은 오히려 전관예우를 조장하는 행위다.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공직사회는 부패 관행에 더욱 엄격해질 것을 요구받고 있다. 도덕성과 청렴성, 윤리의식은 법관 재임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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