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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기이하고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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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기이하고 매력적인

입력
2016.01.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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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부터 정신분석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기성 영화 범주로 포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SF부터 정신분석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기성 영화 범주로 포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큐브릭-그로테스크의 미학

제임스 네어모어 지음ㆍ정헌 옮김

컬처룩 발행ㆍ584쪽ㆍ2만8000원

SF영화 마니아들의 경전으로 꼽히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부터 정신분석학의 교본으로 쓰일 만한 유작 ‘와이즈 와이드 셧’까지 미국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1928~1999)은 예의 독창성과 탁월함으로 20세기 영화사를 넘어 현대 대중문화사 전반에 자신의 인장을 새겨 넣었다.

유인원이 던진 뼈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장면을 비롯해 그의 영화 대부분의 대표 컷들은 이후 탄생한 영화들의 촬영, 편집 방식을 이끌었고, 무리한(?) 선견지명으로 촬영한 ‘시계태엽오렌지’는 범죄에 대한 사회 논쟁을 일으켰으며, (개봉 당시에는)부부였던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을 영화 속 부부로 등장시킨 ‘와이즈 와이드 셧’은 상당수 인문학자들이 매스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와 실제의 경계를 사유하게 했다.

그리고 상업 영화의 최전선인 미국 영화시장에서, 큐브릭은 각본부터 상영까지 영화의 모든 측면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감독이었다. 지적 교양과 폭넓은 지식으로 무장한 그는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비추지 않은 은둔으로 역설적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자신이 일종의 브랜드가 되면서 신작의 상업성을 보장했다. 이 모순이 사후 그를 전설로 만들었고, 그의 영화는 이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교양의 목록’에 속하게 됐다.

미국 인디애나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큐브릭을 ‘마지막 모더니스트’라고 말한다. 모더니즘이 할리우드 고전 리얼리즘 영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했듯, 큐브릭은 역시 전후(戰後)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붕괴와 1970년대 뉴아메리칸 시네마 사이에 위치한 그 역시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상업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동시에 리얼리즘이면서도 부조리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각적 리얼리즘 속에 프로이트 심리학을 담았고(영화 ‘롤리타’), 반전(反戰) 의식을 블랙 유머와 영화 테크닉으로 표현했다(영화 ‘풀 메탈 재킷’). 극단적 로 레벨, 과장된 와이드 앵글, 유려한 스테디캠 촬영과 트래블링 숏, 시공간을 초월하는 스릿 스캔 기법 등 선도적인 테크닉을 통해 이미지의 새로운 차원을 창조했다.

저자는 이런 큐브릭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스타일을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규정한다. 평생 이성과 무의식이라는 상반된 두 주제를 블랙 코미디 형식을 통해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기괴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경험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풍성한 촬영 뒷이야기와 각종 인터뷰와 평론을 인용한 분석이 저자의 투지를 충분히 보여주지만, 저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을 21세기 인류라면 당연히 ‘애정’할 거라는 전제로 쓴 터라 영화를 보지 못한 독자들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도 자주 출몰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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