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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찔끔’ 공개로 변호사간 정보 격차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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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찔끔’ 공개로 변호사간 정보 격차 커져

입력
2017.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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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비율 매년 감소해 작년엔 0.12%

지방 변호사ㆍ젊은 법조인은 특히 취약

법원 “개인정보 탓 섣부른 공개 어려워”

변호사들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 방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의 한 법률사무소 A변호사는 관심분야인 국제법 관련 사건의 국내 판결을 다룬 신문기사를 봤다. 공식 절차를 통해 판결문을 구하려면 단어 검색이 가능한 대법원 법원도서관 컴퓨터 사용을 예약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마저도 한 달 가까이 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판결문 입수를 포기했다. A변호사는 “결국 기사를 쓴 기자에게 사건번호만이라도 알려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며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 탓에 최신 판례연구를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연도별 판결전자공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판결문 가운데 일반에 공개되는 판결문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본안 사건 처리건수 대비 판례 전자등록건수 비율이 2013년 0.37%, 2014년 0.17%, 2015년 0.14%, 2016년 0.12%로 매년 줄어들었다. 이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나오는 판결문 가운데 대법원 판례 및 선별된 일부 1,2심 판결문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는 비율이다.

이처럼 제한적인 판결문 공개로 변호사 업계는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초동 법무법인 일현의 추연종 변호사(39ㆍ변시 4회)는 “사실관계에 어떤 법리를 적용할 건지를 두고 형성되는 관행이 판례들을 통해 드러난다”며 “판사들마다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유사 사건의 다양한 판례를 분석하는 것은 소송 대비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1996년 이후의 대법원 판례들이 공개되고는 있지만 하급심 판결문은 법원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볼 수 있어 접근이 어렵다. 법리만 다투는 대법원 판례보다 사실관계와 법리를 두루 판단하는 최신 하급심 판결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법조계 목소리다.

더욱 큰 문제는 판결문 ‘찔끔’ 공개로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정보 격차도 생긴다는 점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30ㆍ변시 3회)는 “법원도서관 예약을 통해 필요한 판결문을 구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며 “친분 있는 판사 등에게 직접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연수원 기수에 따라서 형성된 인맥에 따라 판결문 접근성에 현격한 차이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법원도서관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지방 변호사들은 소송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

법원도 할 말은 있다.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건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원도서관에 변호사들이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비치하는 등 개선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전문을 공개했다가는 사건 당사자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판결문을 비실명화하는 작업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점도 부담이다.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심사위원회에서는 대법원 ‘판결문 공개 사업’ 예산으로 편성된 47억 가운데 비실명화에 들어가는 위탁사업비 29억9,400만원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2억원을 삭감하기도 했다.

금태섭 의원은 “우리나라 헌법은 판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재판공개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며 “비실명화가 필요한 판결문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해서 예산을 절감하고 원칙적으로 판결문을 공개한 뒤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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