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잇단 무리수?
“20년 후배가 변 검사 조사 모욕
자택 압수수색도 기선제압용”
수사팀 구성부터 문제?
대형사건엔 지역ㆍ성향 등 안배
이번엔 매파 일색으로만 구성
특수통 검사들은 불편한 속내
“지검장 영장발부될 정도로 중대
수사결과ㆍ재판과정 지켜봐야”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사망으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수사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표출되고 있다. 정권교체 후 진행된 ‘적폐수사’ 방식에 대한 이견이 검찰조직 내 갈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적폐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사건관계자 인권보장 등을 거론하며 질책한 것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검사들 불만은 일차적으로 윤 지검장에게 쏠리고 있다. 전형적인 강골 스타일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수사방식 탓에 무리가 생겨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특히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며 살아온 검찰 간부들이 수사대상인 경우 모멸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수사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배려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변 검사 유족이 “20년 가까이 차이 나는 어린 검사에게 조사를 시킨 건 변 검사를 모욕 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 증거가 남아 있기 어려운 변 검사 자택 압수수색까지 한 것은 불필요한 기선 제압이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온다.
애초 수사팀 구성이 문제였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매파’와 비둘기파’를 섞어 균형을 맞추는 안배가 필요한데, 이번 수사팀은 매파 일색으로만 꾸려졌다는 얘기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까지 대형사건 수사팀은 지역ㆍ성향ㆍ보직 경로 등을 적절히 안배해 구성했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바람에 검찰 조직 내 갈등은 직무 성격을 띠고 있다. 윤 지검장과 변 검사는 각각 전형적인 특수통, 공안통 검사로 평가된다. 처벌이 불가피해도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하급자 처지를 감안하는 게 공안검사의 대체적 수사 방식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수사대상 주변 사람들까지 훑는 특수통의 저인망 수사에 대체로 반감을 갖는다. 지방검찰청 한 검찰 간부는 “잇따른 피의자 자살은 특수수사 방식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권 들어 공안통을 배제하는 성격의 검찰 인사가 단행된 데 대한 불만도 더해졌다.
물론 특수통 검사들은 이 같은 비판에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법원이 현직 지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정도면 드러난 것 이상으로 범죄 혐의가 상당히 중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부 출신 한 변호사는 “과연 무리한 수사였는지는 수사 결과나 재판 과정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 동요와 따가운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문 총장은 이날 윤 지검장과의 면담에서 “국정원 수사에 대해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더 철저히 보장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진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총장이 중앙지검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한 사실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안팎으로 들끓는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위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검찰 인사부터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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