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기억할 오늘] 조셉 리스터(4.5)

입력
2018.04.05 04:40
30면
0 0
페놀 용액으로 '무균 수술법'을 시작한 영국 의사 조셉 리스터가 1827년 오늘 태어났다.
페놀 용액으로 '무균 수술법'을 시작한 영국 의사 조셉 리스터가 1827년 오늘 태어났다.

지구 생물 종의 80%가 박테리아, 즉 세균이다. 17세기 현미경의 발견으로 인류의 눈앞에 등장한 저들이 중세 흑사병부터 탄저, 콜레라 등 각종 전염ㆍ감염의 주범으로 확증된 건 19세기 루이 파스퇴르 이후 미생물학의 공이었다. 인간의 박테리아와의 싸움도 그 무렵 시작됐다. 이제 인류는 박테리아에도 병원균ㆍ부패균만 있는 게 아니라 유산균처럼 유익한 존재도 많다는 것을 알고, 적절히 제어하되 어쩔 수 없이 공생해야 한다는 사실도 수긍해가고 있다. 지구(어쩌면 우주)의 실제 주인이 박테리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항생제는 유해 박테리아와의 전쟁에 동원되는 인류 화학무기의 통칭이다. 하지만 인체에 완벽하게 무해한 항생제는 아직 없다. 아무리 순한 비누여도 눈 뜨고 세수해도 된다고 홍보하는 비누업체는 없다. 인류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아 항생제를 쓰고, 그 저울질에 실패해서 가습기 방부제 사건 같은 비극을 겪기도 한다.

목수가 손때 묻은 대패로 권위를 자랑하듯, 의사들은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더러운 가운(수술복)으로 경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악취가 수술 경험의 물증이었던 것이다. 당시 지식으로 상처 감염의 원흉은 나쁜 공기여서 수술실에 환기창은 있었지만 손 씻는 곳은 드물었다.

그 사정을 바꾸는 데 앞장선 이가 영국의 외과 의사 조셉 리스터(Joseph Lister, 1827.4.5~1912.2.10)였다. 왕립 의대를 졸업하고 글래스고 왕립의료원 외과의로 일하던 그는 파스퇴르의 논문을 읽고 미생물이 상처나 수술 감염의 원인일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1834년 석탄 타르에서 추출한 페놀(석탄산)이 하수 정화에 유용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페놀 용액을 환자 소독용으로 쓰기 시작했고, 일련의 임상실험으로 그 효능을 확인했다. 그는 1867년 의학저널 ‘The Lancet’에 ‘무균수술법’으로 알려진 그의 페놀 처방 논문 6편을 발표했다.

이제 페놀은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돼 인체 투여는커녕 무단 폐기도 중대 환경오염사건으로 분류되지만 200년 전에는 페놀 덕에 수많은 이들이 목숨과 수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의사ㆍ환자 발진 등 부작용은 있었다.

최윤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