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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전화 신고할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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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전화 신고할 곳이 없다

입력
2014.03.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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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37)씨는 최근 휴대전화 노이로제에 걸렸다. 3주 전부터 벨소리가 한 번 울린 뒤 끊기는 이상한 전화가 하루에 7, 8번씩 매일 걸려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02-3XX1-XXX3번으로 찍힌 전화가 걸려와, 차단 처리했더니 그 후엔 뒷자리만 바꿔 계속됐다. 시간대도 새벽 2시, 오전 6시, 오후 3시, 오후 11시 등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모든 번호를 수신을 차단하자, 열흘 전부터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참다 못한 A씨는 사무실 전화를 이용해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딩동'하는 벨소리만 들린 뒤 곧장 통화 중 신호로 넘어갔다. '피싱'이란 걸 직감했다. 전화가 연결되면 자동으로 돈을 빼 나가는 피싱 사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당시 카드사 두 곳으로부터 각각 14건과 9건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A씨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사기조직이 입수한 원인을 카드사 정보유출과 연관시킬 수 밖에 없다. A씨는 "괴전화가 오기 시작한 시점으로 볼 때 카드사 정보유출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개인이 입증하겠느냐"며 "금융당국, 카드사들은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데 말장난으로 밖에 안 들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 같은 불편과 피해를 신고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피해가 발생할 경우 금융감독원 '1332'나 경찰청 '112'로 신고하라고 하지만 A씨가 겪은 상황은 해당되지 않는다. 금감원과 경찰청 모두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차단할 방법이 없다"며 "통신사에 알아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도 번호를 조작한 것만 차단할 수 있도록 했지(그나마 아직 법이 통과 되지 않았다) 무작위로 걸려온 전화번호를 고객이 신고해 차단하는 내용은 없다. 통신사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으나 "스팸으로 의심된다는 것 만으로 특정 번호를 차단하기는 힘들다"는 답만 돌아왔다. 금융당국, 수사당국, 통신사 등의 책임 떠넘기기 와중에 걸려오는 스팸이나 피싱 전화를 차단하는 수고는 피해자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정보는 기업이 유출해놓고 방어는 개인이 하라는 당국의 무책임함에 국민들의 '짜증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부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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