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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득세 경계에… 佛 지방선거서 국민전선 7일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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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정당 득세 경계에… 佛 지방선거서 국민전선 7일천하

입력
2015.12.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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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며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하며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리테러 이후 급속히 확산된 반(反)난민 정서에 힘입어 지난 6일 프랑스 지방선거(1차 투표)에서 13개 레지옹(Regionㆍ프랑스 행정구역 가운데 가장 큰 단위로 우리의 도에 해당) 중 6곳에서 1위를 차지 파란을 일으켰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이 승리로 당 대표 마린 르펜은 2017년 대선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르펜의 질주는 여기까지였다.

파리 테러 발생 한 달 만인 13일(현지시간) 진행된 지방선거 2차 투표 결과, 단 한 곳의 레지옹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AFP 등 외신들은 이날 투표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극우정당의 득세를 경계한 프랑스 표심이 1차 투표와 다른 결과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국민전선은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당 대표 시절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등 반(反)유대주의를 내세워 인종차별주의 정당으로 불렸다. 이후 마린 르펜이 지난 8월 아버지를 당에서 퇴출하면서까지 인종차별 노선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지만, 타 민족과 소수 인종에 대한 강경노선을 유지해 극우의 색깔은 여전하다.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이 제1당으로 나설 게 확실해지자 파리 테러 이후 급격히 보수화되는 프랑스 정치 지형도를 우려한 유권자들이 대거 마음을 바꾼 것이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집권 사회당이 5곳,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수도권 등 7곳의 레지옹에서 각각 승리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나머지 한 곳인 코르시카 레지옹에선 지역 소수당 정당이 승리했다. 르펜은 1차 투표와 달리 ‘완패’의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이다.

1차 투표 결과 어느 당도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한 탓에 13개 레지옹 모두에 대해 10% 이상 득표한 정당을 대상으로 이날 결선 투표가 진행됐고 전국 득표율 기준 사르코지의 공화당이 40%로 1위, 사회당이 30%, 국민전선이 28%로 뒤를 이었다. 각 레지옹 별로 득표율에 따라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의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뽑게 되어 있는 만큼, 국민전선은 한 명의 단체장도 확보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마린 르펜 대표와 르펜의 조카딸 마리옹 마레샬 르펜 하원의원마저 자신들의 텃밭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르펜 대표는 국민전선의 지지 기반인 프랑스 북부 노르 파 드 칼래 피카르디 자치단체장 후보로 선거에 나섰지만 42.4%의 표를 얻는 데 그쳐 사르코지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자비에 베르트랑을 앞세운 공화당(57.6% 득표)에 무릎을 꿇었다. 마레샬 르펜 하원의원은 남부 프로방스 알프코트다쥐르에서 45.5% 득표에 그쳐 역시 크리스티앙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이 이끈 공화당(54.5% 득표)에 패했다.

제1당 대표를 꿈꿨다가 뜻밖의 패배를 마주한 르펜 대표는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아무도 우리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라며 분루를 삼켰다. 출구조사발표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패배를 인정한 그는 “국민전선의 아성인 북부와 남부 곳곳에서 우리가 집권 사회당을 위협하는 야당이란 사실을 보여준 선거였다”라며 “출신을 가리지 않고 모든 프랑스인을 뭉치게 할 것이다”고 대선 레이스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1차 투표보다 크게 늘어난 투표율과 극우보수화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 심리 덕분에 국민전선을 누른 우파 공화당과 집권 사회당은 승리를 자축하면서도 경계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국민전선이 지난 2년 간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고, 이번 2차 투표에서도 공화당과 사회당이 곳곳에서 전략적인 ‘단일화’를 이뤄 가까스로 우위를 점한 만큼 2017년 대선 정국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개표 후 “급진주의의 위험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극우정당의 세력 확대를 경계하기도 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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