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사용장애 남녀 격차 사라져… 가임기 30대 여성층 문제 심각
과도한 음주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가 여성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가임기인 30대 여성의 알코올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수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01년과 2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조사에 참가한 18~64세 성인 6,200명, 4,894명을 대상으로 10년 사이 성별 알코올 사용장애 차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과도한 음주로 인해 정신ㆍ신체ㆍ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알코올 남용’과, 술로 인해 문제가 생겼지만 내성과 금단증상으로 끊지 못하는 ‘알코올 의존’을 모두 포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남용 위험도는 2001년 남성이 여성에 비해 6.41배 높았지만, 2010년에는 그 격차가 4.37배로 줄어 들었다. 같은 기간 알코올 의존 위험도 역시 3.75배에서 2.26배로 격차가 좁혀졌다.
알코올 의존ㆍ남용 위험도의 변화는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 18~29세에서 알코올 의존ㆍ남용 위험도 모두 남녀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까지 감소했다. 30~39세에서 알코올 의존의 남녀 위험도 차이 역시 없었다.
알코올 장애 위험도의 남녀 격차가 없어진 이유는 20대 남성에서 알코올 의존이 감소한 반면, 여성에서 알코올 남용이 증가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여성의 알코올 남용 위험은 2001년보다 2.13배 높아졌다.
여성의 알코올 사용장애 증가는 ‘저도소주’ 열풍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저도소주는 목 넘김이 수월함에 따라 마시는 속도가 빨라져 더 많은 알코올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30대 가임기 여성이 알코올을 과다 섭취할 경우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난소에 영향을 미쳐 불임과 유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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