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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의 뮤직앤피플] 모든 것을 바꾼 마돈나 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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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의 뮤직앤피플] 모든 것을 바꾼 마돈나 60년

입력
2018.08.18 09:24
수정
2018.08.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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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여왕 마돈나가 이틀전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이했다. 한국일보DB
팝의 여왕 마돈나가 이틀전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이했다. 한국일보DB

1958년 8월16일생이니 딱 60년을 채웠다. 우리로 치면 환갑 지난 진갑이다.

마돈나는 ‘너무 예쁘고 춤이 색달라’ 주목을 받았던 곡 ‘홀리데이(Holiday)’(1983년 10월29일 발표) 때부터 주류 톱스타로 상승했다. 명사로 떵떵거린지 무려 35년이다. 이 동안 마돈나는 무엇을 했나.

전성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떼어지지 않는 별칭 ‘퀸 오브 팝(Queen Of Pop)’이 말해준다. 동 시대 최고인 마이클 잭슨한테 ‘킹 오브 팝’이 영구히 붙어있듯 아무리 새로운 여성 팝스타들이 나와도 타이틀 이양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팝의 여왕이다.

이게 마돈나가 해낸 첫 번째 업적이다. 다름 아닌 ‘슈퍼스타덤’의 창출!

얼마 전 빌보드 싱글차트가 60년의 역사를 맞아 발표한 아티스트 순위에서 마돈나는 비틀스에 이어 당당히 2위였다. 엘비스 프레슬리(4위)도 뒤였고, 마이클 잭슨(8위)보다도 우월하다.

같이 뛰었거나 뛰고 있는 여가수들, 이를테면 머라이어 캐리(5위)와 재닛 잭슨(7위), 휘트니 휴스턴(9위) 리한나(10위)도 다 마돈나 밑이다.

마돈나는 성과 젠더가 의미를 지닌 1980년대 현상이므로 ‘페미니즘’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여성해방운동이 메시지에 짓눌려있을 때 그는 예쁘고 섹시한 개념을 들고 나와 페미니즘에 새 방향을 제시했다.

1990년대를 휘저은 여성 팝과 록스타들은 모조리 마돈나의 영향 사정권에 있다. 한마디로 1990년대를 미리 규정한 것이다.

비평가 데이비드 프릭의 정의로 충분하다. “코트니 러브, 애니 디프랑코, 앨러니스 모리세트, 셰실 크로, 릴리스 페어의 여성 갱단 등 이른바 ‘여성 록’이라는 차세대 물결의 새로운 표준을 확립한 인물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끔은 선정의 명수로, 비디오 주조물로, 실제로 노래하지 않는(그러니까 립싱크하는) 가수로 비방 당했던 ‘80년대의 센세이션’ 마돈나였다.”

2000년대는 어떠한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제니퍼 로페즈, 핑크, 비욘세, 엠아이에이(M.I.A) 등 새천년 초기를 지배한 여가수들 모두가 마돈나의 딸들이다. 당연히 그를 ‘오래된 미래’로 일컬어야 한다.

마돈나는 분명 십자가를 불태우고 흑인예수에 키스하는 등 기존규범에 덤벼들며 화젯거리를 양산해왔다. 그만한 ‘토픽 메이커’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의 자결(自決)이라는 흐름을 ‘일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의 키워드라고 할 양성평등의 팝 부문 선구자가 바로 마돈나인 셈이다.

미국의 방송인 토니 스클라파니의 말을 들어보자. “마돈나 전에는 메가스타가 전부 남자들이었다. 마돈나가 이걸 바꿨다. 비틀스가 예술가의 패러다임을 솔로에서 밴드로 전환시킨 만큼 마돈나는 남자로부터 여자로 그 중심을 이동시켰다!” 현재 음악인구를 좌지우지하는 여가수들은 죄다 ‘마돈나 채무자’로서 그에게 존경의 염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는 메시지보다 중요한 이미지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1985년 광풍을 야기한 곡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부터 2015년 ‘레벨 하트(Rebel Heart)’ 월드투어까지 마돈나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 그리고 제스처를 보라. 패션의 역사이자 사회사(social history)다.

실제로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윌리암 랭글리 기자는 이런 표현을 동원했다. “마돈나는 세계의 사회사를 새롭게 썼다.”

하지만 마돈나의 음악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는 아무리 최고라도 음악이 부실하면 언제든 팬들은 매정하게 스타를 갈아치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픈 유어 하트(Open Your Heart)’, ‘저스티파이 마이 러브(Justify My Love)’, ‘유 윌 씨(You'll See)’,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Right)’를 들어보라. 명백히 음악으로 성공했다.

음악이 받쳐주니 도발적 행위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처음 본, 열 아홉살 아래의 동양 풋내기 가수 싸이를 2012년 매디슨 스퀘어가든 무대 게스트로 초대해, 공연 중 싸이의 가랑이 사이로 나올 수 있는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노홍철 엘리베이터 대목을 패러디한 이 장면은 가히 역사적이다. 비싼 돈 들여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사람을 ‘즐겁게’ 해주려는 엔터테이너의 사명감이자 그 발로일 것이다.

마돈나는 싸이가 대기실에 있을 때 불쑥 들어와 이 한마디를 던지고 나갔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는 나 아무데나 만져도 돼!” 마돈나의 내한공연은 하루빨리 성사되어야 한다. 빼어난 음악 그리고 엄숙주의를 혼내는 그 반항정신(Rebel Heart), 그 ‘무한도발’을 맘껏 보고 싶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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