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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나 했더니… ‘탈북 암초’ 만난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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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나 했더니… ‘탈북 암초’ 만난 남북관계

입력
2018.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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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탈북 종업원들 송환 공식 요구

‘국정원 기획 탈북’ 의혹 다시 제기

적십자회담서 이산상봉과 연계 시사

태영호 前공사 北체제 비판 겨냥해

“南당국, 탈북자 망동 특단 대책을”

北주민 또 서해상 귀순… ‘설상가상’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단 탈북 종업원 북송에 반대하고 탈북자들의 신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1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단 탈북 종업원 북송에 반대하고 탈북자들의 신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올 들어 순항하던 남북관계호(號)가 암초를 만났다. 박근혜 정부 당시 중국 소재 북한 식당 여종업원이 집단 탈북한 경위와 더불어 같은 정부 때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김정은 체제 맹점 폭로 발언을 북한이 문제 삼으면서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주민 2명이 또 귀순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 온 탈북 문제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는 형국이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2016년 벌어진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국가정보원 기획 공작 결과라는 의혹을 거론하며 “우리 여성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다. “우리는 남조선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공식 요구한 것이다.

4ㆍ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열리게 될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8ㆍ15 광복절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 탈북 여종업원 북송 문제를 연계하겠다는 뜻도 대변인은 내비쳤다. “우리는 반공화국 대결 모략 날조극이며 극악한 반인륜적 범죄 행위인 괴뢰 보수 패당의 집단 유인 납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남조선 당국에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기획 탈북’ 논란은 10일 종합편성채널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보도로 다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탈북 종업원들이 일하던 북한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씨와 일부 종업원이 종편에 한 주장은 그들이 자유 의사로 탈북했다는 기존 정부 설명과 어긋난다. 당시 정부 관련자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의해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 통보 빌미 중 하나인 태영호 전 공사의 김정은 체제 비판을 겨냥한 북한의 맹공도 계속되고 있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의 최근 기자회견과 도서 발간 등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동족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ㆍ중상이 계속되는 속에서 화해와 단합을 위한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며 “남조선 당국은 사태가 더 험악하게 번지기 전에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뒤 영국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016년 가족과 함께 망명한 태 전 공사는 14일 자유한국당 소속인 심재철 국회부의장 초청으로 국회에서 강연했고, 이와 별개지만 회고록 출간 기자회견도 국회에서 했다. 이에 북한은 이틀 뒤 태 전 공사를 “천하의 인간쓰레기”라고 매도하며 당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취소한 데 이어, 17일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었다”며 “들개보다 못한 인간쓰레기”라고 거듭 태 전 공사를 욕했다.

정부는 난감한 처지다. 보수 정권의 탈북 유도 및 망명 북한 인사의 반체제 언동을 방관하지 말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라는 북한과, 탈북민을 남북관계 개선의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남측 보수 세력 사이에 끼어서다. 이날 탈북민 단체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탈북 여종업원 북송 반대 기자회견에서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대표는 “탈북 종업원들과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6명의 교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에 3만 탈북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탈북민 전체는 탈북 여종업원들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손에 넘어가는 걸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이날 새벽 소형 배를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남한 40대 북한 남성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상에서 북한 주민이 귀순한 건 지난해 8월 북한 주민 1명이 교동도로 넘어온 뒤 9개월 만이다. 과거 북한은 서해나 동해에서 표류하다 우리 해군 또는 해경에게 발견된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남측 정부에 돌려보낼 것을 요구한 적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인도주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진퇴양난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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