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떠나는 장관의 한 마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알림

떠나는 장관의 한 마디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

입력
2017.07.21 15:04
0 0
2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현종 시인님의 시 중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매 순간을 나름의 열심과 열정으로 임해왔지만, 떠날 때가 되니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이라는 시 구절이 더욱 와 닿습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여러분들과 함께여서행복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장관은 분당서울대병원장으로 재임하다가 지난 2015년 8월26일부터 복지부 장관에 취임해 2년 가까이 복지부를 이끌었다.

그는 “의료인으로서 살아왔던 제가 국가 행정의 업무를 해 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헌신이 있었기에 무사히 복지부 장관의 소임을 마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인 출신으로서 복지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최고의 복지 전문가인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셨다”며 복지부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 장관은 “복지부가 하는 일들이 우리 정부가 하는 일 중 으뜸으로 중요한 만큼 앞으로 복수차관제가 이른 시일 내에 도입되고 그 위상이 더욱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퇴임 이후 3주 정도 휴가를 보낸 뒤 다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돌아간다. 후임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함에 따라 오는 24일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이임사 전문

이 임 사

2017. 7. 21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

사랑하는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들과 같이 일해 온지가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이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하려 합니다.

엊그제, 새벽까지 이어진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제가 처음 국회 청문회를 거치며 시작되었던

장관으로서의 지나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살아왔던 제가 국가 행정의 업무를 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헌신이 있었기에

무사히 보건복지부 장관의 소임을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5천만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건복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저를 응원해주고 또 믿고 따라와주신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책들을 시행할 때마다 넘어야 하는

어려운 고비들이 여러번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국회의 과정들이 낯설고 어려워

저 스스로도 답답하고 아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 때 마다 여러분들께서 자료를 성실히, 또 세세히 준비해주고 지원해 주셨습니다.

제가 꼼꼼하게 자료를 챙겨서

가끔은 직원들이 힘들고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에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간 여러분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적지 않은 현안과제들을 해결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왔습니다.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지켜내고

건강한 삶을 약속드리기 위한 정책들을 하나씩 실현할 수 있었던 점은

특히 제게 큰 의미였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제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메르스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동분서주하며 밤낮으로 노력하여, 방역체계 개편을 위한 48개 과제를 이행함으로써,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2016년에 발표한“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과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은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우리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감염병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불쑥 우리를 찾아올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여성병원의 신생아 결핵감염사건으로 국민들의 걱정이 높습니다.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관심과 의료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냄으로써

국민들을 감염병과 새로운 보건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데 여러분들의 역량을 모아주십시오.

아울러, 마음건강을 챙기기 위해

“괜찮니 캠페인”을 비롯한 자살예방정책 등을 담은

정신건강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한 것도 매우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의 병이나 생활의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적극 노력해주십시오.

또한,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비해

우리 보건의료와 보건산업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도 소중한 기억입니다.

2016년 연두업무보고에서

바이오헬스 7대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추진전략을 보고하고,

같은 해 9월, “보건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여

우리 보건산업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육성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 결과 2016년 보건산업수출은 98억달러로

전년대비 19% 성장하였고,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작년 12월 의료법의 개정으로

진료정보 교류사업을 본격 확산함으로써,

환자에게는 진료의 연속성 및 편의성과 진료비 경감을,

의료인에게는 오진과 약물부작용의 예방 등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제가 처음 장관으로 내정되었을 때 의료인 출신으로서 복지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의료현장에서

뇌성마비와 같은 장애를 안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게는 대한민국 최고의 복지전문가인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의 완성에 여러분들과 함께 힘을 보태게 되어 매우 뿌듯하고 감사했습니다.

우리 보건복지부가 소관하는 복지정책들이 무척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읍면동 복지허브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를 통해,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만정부의 지원이 가능했던 것을 지역사회 중심의 “찾아가는 복지”로 개편함으로써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제가 처음 취임할 때 여러분들께 서류만으로 일하는 공무원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특히 강조했었습니다.

이러한 현장중심의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한 읍면동 복지허브화가 2018년까지 전국에 뿌리내려

복지혜택에 소외되는 계층이 더이상 없도록 여러분들이 더욱 노력해주십시오.

사랑하는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저출산 고령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5년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저출산 극복과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2016년 8월에는

「출생아수 2만명 plus a(알파)」를 목표로 하는

저출산 위기극복을 위한 보완대책도

수립하고 추진해 왔습니다만,

2016년 출산률이 1.17로 나타나

여전히 우리들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올해에도 인구정책개선기획단 출범과

돌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다함께 돌봄 시범사업’ 등

저출산 극복을 위한 많은 정책과제를

연초부터 고민하고, 시행해왔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 문제는

장기적 시계를 가지고 사회구조와 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하는 거시적인 정책입니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사회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끈기있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면

길고 어두워 보이는 저출산의 터널에도

빛과 희망의 출구가 보일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여러분들과 함께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때론 기쁨을 얻기도 하고

때론 힘든 과정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 중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그만큼의 보람도 컸던 정책 중 하나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사실 전임 장관 시절부터 보건복지부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오랜 과제였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은

늦어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질타하는

각 계의 목소리로 저와 우리 직원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듯이,

작년 연말부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극적으로 국회의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개편방안을 성공적으로 마련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합리적이고 수용성 높은 개편방안 마련을 위해 힘써준 방문규 前 차관님과 권덕철 차관님, 김강립 실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저는 취임하면서 정책적인 노력과 더불어

우리 조직의 활력을 살리고, 발전을 이루는 일을

꼭 해내고 가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떨어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즐거운 직장, 화목한 부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하여

여러 제도들을 도입하였습니다.

매달 시행하고 있는 칭찬직원 릴레이,

월례조회 때의 부내 동호회 소개,

힐링을 위한 마음쉼터 신설 등이

지친 우리 직원들의 심신에 잠시 쉬어가는 휴식을 제공해주었기를 바랍니다.

2016년 3월 3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 출범식을 개최했던 것은

마음속 깊이 새겨진 소중한 추억입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토요일 출근을 금지하고,국회 상임위 개최시 월요일을 배제하도록 협의함으로써,국회대기를 최소화 하는 등의 노력도 계속해왔습니다.모쪼록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중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기를 소망하며,

제가 주창했던 ‘소통과 배려의 감성행정’이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스며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매우 기쁘고 벅찬 일이 될 것입니다.

우리 보건복지부는 참 해야 할 일이 많고,

여전히 일손이 부족합니다.

국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우리의 역량과 인적자원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직원 여러분들과 함께 열심히 뛴 덕분에,

조직의 발전에도 여러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는 질병관리본부의 방역체계를 보다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해

조직과 정원을 대폭 늘렸습니다.

특히, 초기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학조사관을 30명 증원한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2016년에는 해외의료사업지원관을 신설하여

“국” 차원의 인적자원을 보강함으로써

보건의료 해외진출의 역량을 강화하였으며,

2017년에는 질병관리본부에 기획조정부를 신설하고,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과

의료정보정책과를 신설하였습니다.

제가 재임한 지난 기간동안,

보건복지부 정원이 총 188명 늘어나고,

3개의 국과 10개과가 신설되어,

열심히 일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실어줄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가장 보람찬 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하는 일들이

우리 정부가 하는 일 중 으뜸으로 중요한만큼

앞으로 복수차관제가 빠른 시일 내에 도입되고,

그 위상이 더욱더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보건복지부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주어진 책무를 마무리하고

의료인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해주셔야 합니다.

때로는 과중한 업무와 혹독한 비판에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 공직자들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일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하시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고 가치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최대한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많은 권한을 위임하여 여러분들께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하기를 바래왔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저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셔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업무에 임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기차게, 적극적으로

맡은 바 역할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 보건복지부에게 주어질 과제들은 매우 많을 것입니다.

새 정부의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치매국가책임제,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새로 부임하는 장관님을 필두로

보건복지 최고의 전문가인 여러분들께서

성공적으로 주어진 일들을 이행할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시간은제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 보람찬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뜻깊은 추억을 남겨주신 보건복지부 직원 여러분, 정말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제 이 자리를 떠나지만

보건복지정책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

여러분들을 기억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정현종 시인님의 시 중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매 순간을 나름의 열심과 열정으로 임해왔지만,

떠날때가 되니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이라는

시 구절이 더욱 와닿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여서 자랑스러웠고,

여러분들의 장관이어서 행복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