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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부모님의 뇌 건강, 더 늦기 전에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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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부모님의 뇌 건강, 더 늦기 전에 관심 가져야

입력
2017.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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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홀로 사는 80대 할아버지였다.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다며 찾아 왔다. 배우자와 사별했고 자녀들은 바빠 자주 못 보고 병원에도 혼자 왔다고 했다. 첫 면담으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었지만, 초기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검사 처방을 하면서 늦지 않게 검사 받고, 다음에는 자녀와 함께 오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검사비를 걱정하며 자녀들 형편이 여유롭지 못해 검사 받아도 될지 걱정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현재 상태와 검사가 왜 필요한지 자녀들에게 설명할 테니 가까운 날짜에 함께 방문하시라고 당부했다.

그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은 1년 반 뒤였다. 기억력은 더 나빠졌고, ‘자녀들이 내 재산을 빼돌리고 요양원에 보내려고 한다’는 망상까지 두드러졌다. 자녀들이 병원에 모시고 왔는데, 1년 반 전에 병원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고, 최근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할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의심을 하기 시작해 모시고 왔다고 했다. 자녀들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비용을 대어 검사 받고 치료도 했을 텐데, 그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러한 사례는 어르신들을 만나다 보면 어렵지 않게 접한다. 필자는 치매를 진료하는 의사인데, 비용이나 가족에게 부담될까 봐 치료시기를 놓치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안타까운 마음이 매우 크다.

사실 치매 검사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 인지기능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신경심리검사가 필요하다. 뇌와 신체에 인지기능을 나쁘게 할 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혈액, 소변, 심전도, 흉부 X선 등 기본 검진도 해야 한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수십 만원에서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물론 다른 선진국보다 저렴하지만, 우리 노인의 경제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만큼 부담되는 비용이다.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고용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노인빈곤율도 1위라 생계를 위해 계속 일해야 하는 노인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침체와 사회 양극화로 자녀 세대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 때문에 검사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는데다 가족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워 진료나 검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면, 가족들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얘기하지 않아 질병이 악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치매를 앓고 있지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주변에 적지 않아 안타깝다. 그런 분들을 위한 복지나 제도적 뒷받침이 조금씩 확충되고 있지만, 노령화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자녀들도 여유가 많지 않더라도, 부모님의 건강, 특히 뇌 건강에 좀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전보다 기억력이 나빠지거나 이상 행동을 한다면 곧바로 진료를 받게 하고, 노인보건센터나 치매지원센터를 활용하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만큼 이를 통해 조기 치료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의료진도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줄이도록 더 나은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림 1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그림 1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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