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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연체ㆍ돌려막기ㆍ먹튀… P2P금융 곳곳서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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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연체ㆍ돌려막기ㆍ먹튀… P2P금융 곳곳서 '삐걱'

입력
2018.05.27 15:1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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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누적대출 3조원 육박

PF 연계 대출은 12%나 부실화

협회 내분으로 회원사 관리도 엉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30세 직장인 김모씨는 결혼을 앞두고 목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다가 한 개인간(P2P)금융업체가 “투자만 하면 추첨을 통해 크루즈 여행권, 오피스텔 등 고액 경품을 주겠다”고 한 말에 혹해 수백 만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직원이 투자금을 횡령한 탓에 수익금은커녕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 부동산 건축자금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ㆍPF) 전문 P2P금융업체 ‘헤라펀딩’은 투자자들에게 돈을 갚지 못하고 상환 날짜만 차일피일 미루다 135억원에 달하는 대출잔액을 남긴 채 지난 24일 부도를 냈다. 헤라펀딩이 판매한 상품 가운데 연체 중인 건설현장은 동두천, 평택, 제주 애월읍 등 8곳이나 된다.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잃은 투자금을 쓸어 담으면서 누적대출이 3조원에 육박한 P2P금융이 곳곳에서 부실 징후를 보이고 있다. P2P업체의 대출 취급 실태 조사에 나선 금융당국도 부동산 대출 쏠림, 고금리 영업 행태 등 위험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PF 연계 대출은 이미 12%나 부실화해 경기 하락 시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 4월 P2P업체 75곳을 대상으로 첫 대출 취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균 연체율(30~90일 연체)과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이 각각 2.8%, 6.4%로 나타났다고 27일 발표했다. P2P업체는 인터넷 플랫폼 상에서 개인에게 투자금을 모아 심사를 통과한 차입자에게 대출하고, 차입자의 상환금을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되돌려준다. P2P업체 전체 누적대출액(2월 말 2조7,400조원)의 83%(2조2,700억원)를 차지하는 이들 72개 업체의 대출액은 건당 평균 6,000만원 규모였고, 금리는 평균 연 12~16% 수준이지만 최고 27.9%를 받는 곳도 있었다. 플랫폼 이용 수수료율은 차입자가 3.0%, 투자자가 0.5%를 감당했다.

P2P대출은 PF와 부동산 담보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대출잔액 기준으로 PF는 43%, 부동산 담보는 23%나 된다. 부동산 경기 상승세가 꺾이면 언제든 도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부문에 투자가 쏠린 셈이다. 실제 P2P업체의 PF 대출은 연체율 5.0%, 부실률 12.3%로 전체 평균의 배에 달했다. 최근 부도를 낸 헤라펀딩 역시 PF 전문업체로, 부도 당시 연체율(23.15%)과 부실률(28.83%)이 20%대였다. 같은 업종인 ‘2시 펀딩’은 연체율 68.5%에 20여 개 대출상품이 연체 중인데, 상환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이 공동대응을 모색 중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P2P업체는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대출심사와 담보물 평가, 투자ㆍ상환금 관리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지난해 대규모 연체 사태로 협회에서 제명 처리된 ‘펀듀’의 돌려막기식 영업 방식을 차용한 곳도 발견됐다. 한때 업계 3위 규모였던 펀듀는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여 기존 투자자 원금을 상환하다가 자금줄이 막히자 회사 대표가 잠적했다. 회사는 216억원의 피해액을 남긴 채 사실상 폐쇄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원사를 엄격히 관리해야 할 한국P2P금융협회는 내분으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초창기 P2P업계를 이끈 신용대출 업체와 부동산 경기를 타고 규모가 커진 부동산대출 업체 간 입장 차가 커지면서 신현욱 협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자진 사퇴를 했고 렌딧, 8퍼센트 등 부동산PF를 취급하지 않는 상위 업체들이 줄줄이 탈퇴했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중금리 수준의 개인간 직접금융 활성화 등 당초 P2P 도입 취지와 달리 PF대출 쏠림이 심해져 경기 하락 시 손실 확대 가능성이 크다’며 “일부 건설사는 P2P업체를 설립 또는 인수해 사금고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연내 P2P업체를 전수조사 하고 국회,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관련 법률 제ㆍ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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