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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빈 자리 채워 준 외삼촌에 간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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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빈 자리 채워 준 외삼촌에 간 이식

입력
2017.07.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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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은 아버지 같은 분, 더한 것도…”

모교서 십시일반 헌혈증 110여장 모아 전달

1000만원 넘는 병원비 부담, 모교 벼룩시장 행사

“가족을 살리는 일인데 뭔들 못하겠어요?”

암 투병 중인 외삼촌을 위해 선뜻 간이식 수술을 결정한 고3학생이 있다. 주인공은 경남 창원 창신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준(18ㆍ사진)군.

이 군은 2월 외삼촌의 간암 판정 소식을 들었다. 병원에서는 길어야 4~5개월이라며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무엇보다 몰라보게 수척해진 외삼촌의 모습에 이 군은 충격을 받았다. 이 군은 “외삼촌의 눈은 황달로 노랗게 떴고 얼굴은 새까맣게 말라 있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 서울에 살았던 이 군은 방학이면 며칠씩 경남 김해에 사는 외삼촌의 집을 방문해 살았다고 한다. 홀어머니 밑에 자란 이 군에게 외삼촌은 아버지와 같았다. 그랬던 외삼촌의 건강이 나빠진 게 지난해 이맘때쯤 이었다. 이 군은 “당시 간경화였던 외삼촌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고 올해 간암 판정을 받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가족에게 “간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군은 올해 3월부터 약 한달 간 경남 창원과 서울의 병원을 4, 5차례 오가며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어 이식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자신의 간의 60% 이상을 떼주는 대수술이었다. 이 군은 “기증자가 건강해야 수술 성공률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전거로 등교하고 하교할 땐 학교 뒷산을 걸으며 몸무게를 82㎏에서 10㎏쯤 뺐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서 창신고 재학생들이 이상준군을 위한 벼룩시장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신고 제공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서 창신고 재학생들이 이상준군을 위한 벼룩시장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신고 제공

이 군의 모교인 창신고도 발벗고 나섰다. 같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수술에 필요한 헌혈증 50장을 모아 이 군에게 전달했다. 병원비에 보태라고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학내 1, 2학년들이 주축이 된 벼룩시장도 열렸다. 교사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참고서, 도서, 가상현실(VR) 체험기기, 전자기타 등 물품을 냈고 또 구매했다. 이렇게 마련된 성금은 100만원을 넘겼고 추가로 기증받은 헌혈증도 60장 넘게 모였다.

벼룩시장을 기획한 김민진(42) 창신고 보건교사는 “상준이의 조직검사 등 각종 병원비만 1,000만원이 훌쩍 넘어있었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가족의 도리를 다하는 학생이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이 군은 외삼촌과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이 군은 “가족들 모두 외삼촌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버지 같은 외삼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창원=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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