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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옥자'는 정말 극장에서 볼 수 없나요?

입력
2017.01.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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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는 한 소녀와 동물의 우정, 다국적기업의 음모, 환경운동단체의 활약 등이 소재로 알려져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 넷플릭스 제공
영화 '옥자'는 한 소녀와 동물의 우정, 다국적기업의 음모, 환경운동단체의 활약 등이 소재로 알려져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 넷플릭스 제공

올해 극장가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일까요. 1,000만 영화 감독의 잇따른 복귀가 가장 눈길을 모을 만합니다.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로,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송중기 소지섭 황정민(‘군함도’), 정우성 곽도원(‘강철비’) 등으로 꾸려진 출연진이 화려합니다.

1,000만 영화 감독 소식 중 봉준호 감독의 귀환이 가장 눈에 띕니다. 봉 감독이 ‘설국열차’(2013)이후 4년 만에 선보일 신작 ‘옥자’가 올해 영화 팬들과 만나게 됩니다. ‘옥자’는 봉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화제를 뿌릴 만한데 개봉을 둘러싼 소문도 호사가들의 입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영화 팬들이 ‘옥자’를 극장에서 만나지 못 할 것이라는 풍문이 여전히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옥자’는 지난 연말 스틸을 공개하며 영화 팬들의 눈길을 잡았고 극장 개봉 여부도 새삼 화제가 됐는데요, 몇몇 관련 기사는 ‘옥자’가 극장에선 개봉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정말 영화 팬들은 봉 감독의 신작을 큰 스크린으로 만날 수 없는 걸까요.

‘옥자’의 제작사는 옥자SPC와 플랜B엔터테인먼트(플랜B)입니다. 옥자SPC는 ‘옥자’ 제작만을 위해 만들어진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이고, 플랜B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미국 영화사입니다. 2014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의 제작사입니다. 한-미 합작 형태를 띄고 있는 ‘옥자’의 투자배급사는 넷플릭스입니다. 바로 이 넷플릭스 때문에 ‘옥자’의 개봉 여부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옥자’ 제작을 위해 5,000만달러(601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영화 '옥자'는 할리우드 배우 릴리 콜린스(오른쪽)와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 폴 다노 등이 출연한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 '옥자'는 할리우드 배우 릴리 콜린스(오른쪽)와 제이크 질렌할, 틸다 스윈튼, 폴 다노 등이 출연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전세계 가입자가 7,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입니다. 동영상 콘텐츠를 단순 유통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 ‘하우드 오브 카드’와 ‘마르코폴로’, ‘기묘한 이야기’ 등을 자체 제작하며 세계 콘텐츠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드라마를 만들어 독점 공급하는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드라마시장에선 자리를 잡았으나 영화시장에서의 활약은 명성에 미치지 못 합니다. 미국의 영화시장은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극장 종영 몇 개월 뒤 DVD 등이 출시되고 이후 유료 TV를 통해 영화가 공개 되는 식의 순차적인 판매방식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홀드백’(Hold Back)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종영도 하지 않은 최신 영화가 ‘극장동시개봉’이라는 이름으로 VOD 서비스를 하는 한국의 영화 소비 방식은 미국에선 아직 낯설기만 합니다.

극장들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그들의 보장된 수익을 노리는 악덕 사업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온라인 공개와 극장 개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사업 방식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연스레 넷플릭스가 투자하거나 제작에 관여한 영화는 미국 극장가에서 찬반 신세입니다. 극장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적이 내놓는 영화를 환대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흥행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 ‘비스트 오브 네이션’은 북미(미국과 캐나다) 31개 극장에서 개봉해 9만777달러(약 1억1,000만원)를 버는, 초라한 흥행 성적을 남겼습니다. 북미 영화시장보다 훨씬 작은 한국시장에서도 31개 극장 개봉은 다양성영화에게나 해당되는 일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 촬영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봉준호 감독이 '옥자' 촬영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관여한 영화가 미국 극장가의 외면을 받으니 ‘옥자’의 미국 개봉 여부도 불투명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릅니다. 높은 인지도와 흥행력을 겸비한 봉 감독 영화를 과연 외면할 극장들이 있을까요. 온라인 공개와 극장 개봉이 하나의 소비 행태로 자리잡은 한국에서 극장들이 넷플릭스의 영업 방식을 미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봉 감독이 한국일보에 최근 밝힌 입장도 궤를 같이 합니다. 봉 감독은 “어떤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배급할 지 아직 협상 중”이라며 “개봉은 올해 봄쯤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도 극장 개봉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홍보를 담당하는 MSL그룹의 관계자는 “‘옥자’의 극장 개봉을 배제한 적은 없다”며 “나라에 따라 넷플릭스 온라인과 극장에서 동시에 선보일 수 있고, 극장 개봉이 먼저 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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