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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톱 셰프 가간 아난드 “아시아 최고된 비결? 아무것도 겁내지 않아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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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톱 셰프 가간 아난드 “아시아 최고된 비결? 아무것도 겁내지 않아서죠”

입력
2016.10.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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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1위에 꼽힌 ‘가간’의 가간 아난드 셰프. 한국에서 첫 팝업디너를 갖는다.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 1위에 꼽힌 ‘가간’의 가간 아난드 셰프. 한국에서 첫 팝업디너를 갖는다.

“나는 아시아 최고이고, 아무 것도 겁내지 않는다.”

태국 방콕의 유명 레스토랑 ‘가간’의 팝업 디너가 7, 8일 서울 한남동 식당 문샤인에서 열린다. 올해 아시아50베스트 레스토랑 1위, 월드50베스트 레스토랑 23위에 선정된 이 식당의 메뉴를 이틀 간 한시적으로 선보이는 행사다. 인도 동부 캘커타(현 콜카타)에서 나고 자란 가간 아난드 셰프(38)가 과학적인 방법으로 식재료의 맛을 바꿔 만들어내는 분자요리의 본산인 스페인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에서 쌓은 경험을 혼합해 인도 길거리 음식과 가정식 음식을 내놓는다. 팝업 디너를 하루 앞두고서야 메뉴를 결정해 준비에 한창인 가간 아난드 셰프를 7일 현장에서 만났다.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오래된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는 거침 없고 쾌활했다.

“랭킹은 천사인 동시에 악마죠. 성공했다는 증표로서는 좋지만 동시에 모두가 나를 평가하려 든다는 피로감도 따라와요. 지나치게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가간 셰프는 여행용 트렁크 세 개를 가득 채운 향신료 외에는 아무 식재료도 가져오지 않았다. 미리 정해둔 메뉴도 물론 없다. 대신 지난 월요일 이미 한국에 도착해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며 흑돼지구이, 전복죽, 멸치튀김, 몸국 같은 음식들을 맛봤다. 서울의 요리사들이 즐겨 찾는 양재 하나로마트에서는 다양한 한국 식재료들을 처음으로 만나보기도 했다. 해외에서 갈라디너 등 다양한 제안이 많지만 “올해는 인도와 일본, 한국 총 세 번이 전부”라며 “대부분 거절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의 팝업 디너는 한 회당 15석이 전부다. 명성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다. “개의치 않아요. 혼자 오는 손님도, 여럿이 오는 손님도 다 같이 어울려서 파티처럼 식사하는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여행 후 메뉴를 구상하는 콘셉트는 신선할 정도로 소탈하다. 해외에서 온 요리사들은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하던 요리를 장소만 옮겨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는 “내 음식을 가르치러 온 게 아니다”며 “한국의 음식 문화를 배우기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제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제가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도착한 이후로 열심히 인스타그램(@gaggan)에 올렸죠. 전 세계에서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댓글로 한국의 식재료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이런 교류가 가능하다는 건 마치 록스타의 공연 투어 같죠.”

아시아 최고 셰프가 된 원동력을 묻자 “나는 아무 것도 겁내지 않는다”는 자신만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항상 나를 믿죠. 그 어떤 리스크도 나는 헤쳐나갈 수 있어요. 처음 방문하는 한국에서 이런 자유로운 팝업 디너를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나뿐 아니라 가간 팀은 모두 도전적이고 용맹합니다.”

가간은 2020년 폐업하겠다고 지난해 공표했다. 그 다음의 용맹한 도전은 뭘까. “어딘가 시골에다 작은 농장이 딸린 식당을 하려고 해요. 식당은 3일만 열 계획이고요. 이미 일본 규슈 지역에서 적당한 땅을 보고 있습니다. 인도인이 땅을 살 수 있으면서 동시에 춥지 않고 사계절이 있는 곳을 골랐더니 규슈가 들어맞았어요. 3일만 열면서도 식당을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진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는 점도 작용했죠.”

지금의 부와 명예를 놓칠 수도 있다는 공포 같은 건 없을까. “어차피 나는 0에서 왔습니다. 겁낼 게 없죠. 남들이 내게 질릴 수도 있고 내가 그보다 먼저 질릴 수도 있어요. 결국 영원한 건 가족뿐이에요. 6개월 전 태어난 딸이 내겐 아시아 1위가 된 것보다 더 기쁜 선물이거든요.”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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