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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코스트코가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

입력
2018.05.19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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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월마트와 까르푸가 철수하면서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알려진 국내 시장에서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마트들의 불황과는 대조적으로 3조8,040억원의 매출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점포당 영업이익율이 국내 경쟁 유통사들보다 앞선다. 점포 수도 14개로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서울 양재점은 전 세계 746개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트코 국내 고객들은 매장 방문 시 복잡한 주차장에서 길게 선 자동차들 때문에 시간을 지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 내에서도 결제를 위한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쇼핑 중에 상품 위치를 물어볼 판매원도 찾기 어렵고, 결제를 위한 신용카드도 본인의 선택이 아닌 코스트코가 지정한 한가지 카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액의 현금을 지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불편함과 단점을 감수하는 고객들에게 적지 않은 연회비까지 부과하는 코스트코가 국내 유통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코스트코는 국내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경쟁 유통업체들과 자연스럽게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부분 국내 대형마트들은 비슷한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고 상품진열도 유사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코스트코는 대형 창고처럼 생긴 매장에 외국 브랜드의 제품을 진열해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대형마트에서 쇼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월마트와 까르푸와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이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로컬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로컬화를 하지 않음으로써 차별화를 도모하는 역발상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통기업은 매출과 상품마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반면 코스트코는 멤버십 회원의 유지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지난해 코스트코 영업이익의 72%가 판매마진이 아닌 회원들의 연회비 수입이다. 코스트코는 “고객이 많이 구매할수록”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많이 만족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판매마진이 아닌 회원의 연회비를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사업모델이므로 마진율을 경쟁 유통기업들보다 적게 책정하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쉽다.

코스트코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품목 수도 경쟁업체들의 4~8% 수준인 4,000개 정도로 제한한다. 품목별로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값이 싼 제품 한두 가지만 제공하므로 제품당 판매물량이 늘어나 공급업체와의 가격협상력이 향상된다. 품목별 제품 수는 많지 않지만 품질이 우수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의사결정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매년 90%가 넘는 고객들이 연회비를 지불하며 회원가입을 갱신한다는 사실이 제품가격과 품질면에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입증한다.

글로벌 유통기업으로서 로컬화 대신 차별화를 선택한 역발상, 수익성이 매출보다 연회비로 결정되는 사업모델, 그리고 제한된 품목만 제공하여 가격 경쟁력과 높은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제품선정 전략이 코스트코가 국내에서 선전하고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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