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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등록 : 2014.08.20 04:40
수정 : 2014.08.20 20:42

코레일 홈피서 버젓이… 추석 기차표 암표 거래

등록 : 2014.08.20 04:40
수정 : 2014.08.20 20:42

구매자가 미리 결제한 열차 승차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 기능 악용

발권 전까지 구매 취소는 확인 못해 판매자에 입금한 돈 떼일 가능성도

추석을 앞두고 기차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장인 손모(28)씨는 추석에 고향 갈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 16일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KTX 서울-전남 순천 왕복승차권을 12만6,000원을 주고 샀다.

웃돈을 4만원이나 준 셈이지만, 추석연휴 열차표 예매기간(12~13일)에 금세 표가 동이 나 어쩔 수 없었다. 손씨는 “불법인 암표를 사는 데다 돈만 떼일 수 있어 망설였는데 판매자가 코레일 홈페이지의 ‘승차권 선물하기’ 기능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선물하기 기능으로 표를 전달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고 표를 받고 돈을 입금하라는 설명에 손씨는 안심하고 암표를 샀다.

추석연휴(9월 6~10일)를 앞두고 열차 승차권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코레일이 승객 편의를 위해 도입한 ‘승차권 선물하기’ 기능이 암표 거래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돈을 날릴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기능은 구매자가 미리 결제한 승차권을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도입됐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이용자가 코레일 홈페이지 발권선택 창에서 ‘선물하기’ 탭을 선택하고 승차권을 전달할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 임의로 정한 네 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입력을 완료하면 전달받을 사람의 휴대폰에 ‘선물 도착!’ 메시지와 함께 열차표 예약번호와 비밀번호가 전송된다. 이 문자를 기차역 발매소에 제시하면 승차권을 발권해준다.

암표 판매자는 쉽게 표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기능을 암표 거래에 악용하고 있다. 판매자 A(32)씨는 “예전에는 승차권을 등기우편으로 보내 구매자가 받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선물하기 기능을 이용하면 앉은 자리에서 몇 장이고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판매자 B(29)씨는 “선물하기 기능이 생기면서 암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판매자들은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거짓말이다. 암표를 구입한 심모(34)씨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돈을 송금하고, 파는 사람은 약속한 돈을 못 받으면 선물을 취소할 수 있어 팔고 사는 사람 모두 사기 당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판매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스템상 돈을 떼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판매자가 표를 ‘선물’한 뒤 구매 취소를 해도 암표 구매자는 취소 문자를 받아볼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발권하기 전까지는 취소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한 판매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기를 칠 수 있다”면서 “어차피 구매자도 불법행위를 한 것이니 신고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암표 판매 행위는 과태료 1,000만원, 암표를 산 사람은 운임의 30배까지 부가운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암표 거래에 선물하기 기능이 이용되는지 몰랐다. 우리는 결제된 금액만 확인할 수 있어 단속할 방법이 없다”며 “암표를 구입한 사람이 신고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승차권 불법 유통 등을 방지하기 위해 예매를 1회 최대 6매, 1인당 최대 12매까지 제한한다는 방침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하지만 다른 사람 명의로 구매하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진욱기자 kimjinu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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