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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참여자로… ‘사용자 경험’에 올인해 새판짜는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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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참여자로… ‘사용자 경험’에 올인해 새판짜는 미디어

입력
2016.06.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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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전용미디어 버즈피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자경험중시 전략으로 미국 뉴욕타임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매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버즈피드 본사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온라인 전용미디어 버즈피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자경험중시 전략으로 미국 뉴욕타임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매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버즈피드 본사 풍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신문사 디지털 전략의 핵심

독자 빅데이터 분석해 기사 추천

광고부터 1면 편집까지 적극 반영

WPㆍNYT 등 관련부서 잇단 신설

SNS도 가세… 언론사 성패 걸려

버즈피드 등 사용자와 소통 강화

독자가 직접 기사 작성ㆍ게재까지

사용자경험ㆍ콘텐츠 선순환이 관건

지금까지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이라는 용어는 주로 산업디자인, 소프트웨어, 마케팅 등 분야에서 연구되고 활용되던 개념이었다. 따라서 사용자경험을 저널리즘에 적용한 연구나 사례는 많지 않았다. 종래의 저널리즘에서 독자는 언론이 전달해 주는 정보와 기사를 받는 수동적 객체였기 때문이다. 언론을 사용하는 주체적 존재가 아닌 보도된 기사를 수용하는 게 독자였고, 기자가 정부나 출입처에서 발굴한 정보의 단순 사용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사용자경험 개념이 디지털 미디어의 전략에 필수적 근간을 이루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언론의 디지털 전략에는 사용자경험이 핵심적 원리로 빠짐없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용자경험이 축적된 자료 및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재료를 발굴하는 이른바 데이터저널리즘이야말로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보도방식이다. 실상 데이터저널리즘에서 말하는 데이터 마이닝(데이터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결국 독자의 경험을 추적하는 경험 마이닝(Experience Mining)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 등 일제히 사용자경험 강조

2013년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이후 워싱턴포스트(WP)는 신문사나 미디어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 종합 기술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한 디지털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빅데이터의 일종인 사용자경험분석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WP는 ‘독자’라는 말 대신 ‘사용자’나 ‘소비자’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수동적으로 기사를 읽는 행위를 넘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주체적 사용자로서 독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사용자경험을 분석하는 부서를 신설해 데이터 전문가들이 독자의 행위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예측해 제공한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기사를 읽은 독자가 미래에는 어떤 기사를 찾을지 추천하기까지 해준다. 광고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련된 기사와 배치시키며 스마트폰, 웨어러블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몰입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나 가상저널리즘(Virtual Journalism) 같은 독자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NYT는 인터넷 페이지 독자가 이용하는 다양한 기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반응형웹페이지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최근엔 사내 독자경험부서를 창설하고 편집국 부서간 활발한 의사소통과 다양한 협업 취재보도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 부서는 다양한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상품과 디자인, 기사에 녹아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뉴욕타임스 인터랙티브 뉴스인 ‘스노우폴(Snow Fall)’이나 ‘나우(Now)’같은 서비스도 모두 이 부서에서 시작됐다. 2013년 퓰리처 기획보도상을 받은 스노우폴은 환상적인 그래픽과 비디오, 모든 종류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이야기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NYT는 독자경험부서를 최근의 가장 성공한 경영사례로 꼽고 있으며 단순히 기존의 여론조사부서나 조사부서의 강화가 아닌 독자의 관점에서 독자의 생각과 느낌을 관리하는 부서라 자부하고 있다. 일반 제품의 사용자경험처럼 독자들의 느낌, 생각, 감성을 더 중시한다는 추세는 신문사의 영향력이 이제 발행부수나 구독률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의 경험과 감성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자들의 취향을 분석해 3개 전문지를 창간했다. 금융에 관심이 많은 장년층을 겨냥한 ‘CFO Journal’, IT에 몰입하는 중년에 포커스를 맞춘 ‘CIO Journal’, 그리고 생활 디지털기기를 두루 다루는 ‘Tech Journal’ 등이다.

미국 텍사스주 지역 일간지 스타 트리뷴은 1면을 독자 경험에 호소하는 기사 중심으로 배치하여 성공한 케이스이다. 스포츠, 예능, 정치 등 단순 흥밋거리보다 텍사스주 지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포커게임 적법성 찬반 논란 등을 다루며 독자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열띤 찬반 논쟁이 이는 카지노 유치에 관해 독자들의 찬반 포럼과 투표결과를 보여주며 참여를 유도하고 열독률을 높이고 있다. 독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관심사를 찾고 반응하며 점차 참여 빈도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주요 신문사들이 일제히 독자의 경험을 중시 여기며 새판 짜기에 돌입한 주요 이유는 독자가 미디어 생태계에서 ‘룰세터(rule-setterㆍ규칙을 정하는 역할)’로 등장하면서 독자들이 변혁의 주체가 되고 있어서다. 신문과 독자의 관계 진화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지각하는 방식 또한 진화하고 있다. 독자가 언론을 바라보는 인식, 태도, 감정이 저널리즘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 요소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출하고 콘텐츠 제작과정에 반영하고 계속적인 선순환구조를 이어가느냐가 언론사 성패의 관건이 됐다.

다시 말해 언론이 계몽주의적으로 엘리트 관점에서 독자에게 기사를 뿌리던 시대를 지나 독자의 니즈, 독자의 참여, 브랜드의 충성도 등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독자에게 단발성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정보가 독자에게 왜 유용한지, 시간이 지나면서 해당 정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을 추적해 독자들이 마치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듯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사용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몰입 저널리즘의 대표적 사례인 '헝거 인 로스엔젤레스'. 사용자가 가상현실(VR)기기를 착용해 로스엔젤레스 저소득층의 생활을 체험하도록 한다. 뉴스위크 편집장 출신 언론인 데 라 페냐가 제작해 선보였다.
사용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몰입 저널리즘의 대표적 사례인 '헝거 인 로스엔젤레스'. 사용자가 가상현실(VR)기기를 착용해 로스엔젤레스 저소득층의 생활을 체험하도록 한다. 뉴스위크 편집장 출신 언론인 데 라 페냐가 제작해 선보였다.

주류 언론 역할 노리는 SNS, 독자 맞춤 서비스 강조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이 제공하는 뉴스 플랫폼들은 전통적인 저널리즘영역에서 과감히 벗어나 사용자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사실상 주류 언론의 자리를 노리고 차지하려는 SNS 서비스들의 의도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은 기사의 내용을 단순 전달하기보다 기사정보를 받아 수용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뉴스가 웹이나 모바일기기에 로딩(Loading)되는 속도를 향상시켜 독자(이용자)가 뉴스가 화면에 펼쳐지길 기다리다 다른 서비스와 콘텐츠로 옮겨가는 이탈률을 감소시킨다. 고해상도 이미지에 음성 자막을 탑재하고, 동영상이나 사진도 마치 종이 잡지와 같은 자연스런 형태로 보여준다.

복스(Vox)나 버즈피드(Buzzfeed)도 사용자 경험을 모든 언론행위과정에 가미하려는 노력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복스의 경우 사용자 경험 기반의 ‘코러스(Chorus)’라는 자체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통해 자사 기자들이 자신의 기사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도록 하며 소셜 미디어와의 통합이나 독자들과의 상호작용 역시 훨씬 쉽게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버즈피드도 사용자 행위 중심의 뉴스공급에 치중하고 있으며 사용자(독자)가 직접 작성해 게재하는 뉴스, 제휴 매체의 기사 등을 주요 콘텐츠로 정리해 비중있게 인터넷에 노출하고 있다.

두 매체는 공통적으로 독자들이 간단히 자신의 의견을 기사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한다. 둘다 여타 주류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체험, 기호 등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용자경험 위주 저널리즘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미디어 학자들은 이러한 저널리즘의 트렌드야말로 속보성, 표피성 기사가 아닌 여론의 맥락을 짚어주기 때문에 훨씬 양질의 저널리즘이라는 사실에 대체로 동의한다.

이 같은 사용자경험 및 독자중심 저널리즘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 데이터저널리즘과 어울려져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 편집장 질 에이브럼슨은 최근 “앞으로 사용자 경험원리를 적용한 몰입형 디지털 매거진 개발에 더욱 전략적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테이셔널 저널리즘과 사용자경험에 치중하는 매체의 전략이 아우러짐에 따라 NYT는 최근 독자의 감정상태를 아이트랙킹을 이용해 파악한 후 이 결과에 맞는 뉴스를 보여주는 이른바 감정기반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언론은 독자들이 어떤 형태로 뉴스를 경험하고 소비하는지 알아야 한다. 사용자경험 중시 전략의 핵심은 독자의 뉴스 소비 행태에 최대한 공급자인 언론이 맞춰가는 것이다. 언론사 중심의 기사가 아닌 독자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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