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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왜 경기는 좋아지는데 일자리는 없는가?

입력
2017.11.21 14:4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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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해서 지난 9월까지 54개월에 걸친 지루한 회복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지표상으로 대략 지난 정점의 85% 정도 회복하여 새로운 정점이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와 고용 사정은 여전히 찬바람 속에 있다. 경기가 상당히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와 고용 상태는 어려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반도체 수출주도의 경기 호전이 산업전반에 얼마나 확산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년 들어 10월 20일까지 수출 총액은 18% 증가하였으나, 수출증가 중 반도체가 39%, 선박이 16%, 석유화학이 10%를 차지하고 있어 특정산업에의 집중도가 높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가 특정 산업에 집중된 양상은 광공업생산지수의 움직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9월 ICT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9월 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는 작년 9월보다도 낮아 대부분 산업들의 생산활동은 1년 전 보다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들여다보면 제조업 중분류 24개 업종 중 자동차·기계장비·전자부품·반도체 산업이 제조업 생산지수 전년동월비 증가율에 대한 기여도는 72%에 이른다.

또한 광공업생산 소분류 80개 업종 생산지수의 전월비 증감 동향을 보면 9월 현재 감소업종의 수는 43개로 증가업종 37개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 주도로 각종 경기 총량지표들이 호전되었으나, 제조업 전체적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으며, 서비스업의 호전도 소수 업종에 집중되어 있어 경기 호전에 대한 착시 위험이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고용시장은 경기 호전을 느끼기 더욱 어렵다. 10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비 27만9,000명이 증가하였으며,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25만명, 50대는 11만명이 증가한 반면에 40대 이하는 7만명이 감소했다. 특히 취업자 증가 중 50대와 60대 여성이 20만명으로 72%를 차지하여 일자리 시장은 가희 ‘고령여성 우대’라고 할만하다. 반면에 고용 사정이 가장 어려운 계층은 40대 남성으로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9월에는 6만7,000명이 감소했다. 더구나 9월 청년 체감실업률은 21.5%로 청년 다섯 명 중 한명은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다. 한편 경기의 저점인 2013년 3월과 지난 10월 취업자 연령대를 비교해 보면, 취업자 수는 234만명이 증가했다. 문제는 취업자 증가 중 60대가 129만명, 50대가 84만명으로 50대 이상이 91%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경기호전에도 불구하고 왜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부진한가? 이러한 양상은 일자리 부족 문제를 경기의 문제로 한정하여 대응하는 정책이 더 이상 타당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본질적 이유는 바로 기업 활동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종사자 100인 이상 기업의 신설이 극히 부진하고, 그 결과 활동기업 수는 감소하고 있다. 기업 수가 줄고 있는데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늘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일자리 문제를 추경과 같은 총수요 측면이 아니라 기업의 역동성 침체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사람중심 경제’는 중요한 시대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반사적으로 기업의 역할은 외면되거나 정서적으로는 기업들이 경제적 ‘적폐’의 주체로 압박감을 느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문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국민경제 운영에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활동을 격려하는 것이다. ‘혁신성장’과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물론 기존 기업들의 활동을 격려하는 정책도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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