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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재활용마크… 소재별로 재활용 방법 다 달라 대부분 소각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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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재활용마크… 소재별로 재활용 방법 다 달라 대부분 소각로행

입력
2018.04.0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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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폐기물을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5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폐기물 재활용업체에서 폐기물을 분류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홍인기 기자

“화장품 용기 등 재활용 마크(분리 배출 표시)가 찍혀 있어도 재활용 안 되는 게 수두룩하다. 가정에서 분리해 내놔도 결국 다 소각 처리된다. 비용만 들고 환경도 해친다.”(수도권 재활용 선별업체 A사 관계자)

재활용품 회수ㆍ선별업체들은 국내 재활용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재활용품 수거 대란까지 일어나게 된 한 원인으로 재활용 마크가 제구실을 못하는 현실을 꼽았다. 삼각형 모양의 재활용 마크가 음료 페트병, 과자 봉지 등 곳곳에 붙어있지만 정작 재활용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의 재활용 선별업체 B사는 플라스틱 종류 중 페트병만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재활용 마크가 붙어있더라도 소각 처리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 소재별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라며 “몇 십억 원짜리 기계를 사서 돌리더라도 소재별로 선별하는 것이 불가능해 결국 페트병만 재활용한다”고 말했다.

2, 3가지 다른 소재를 써서 만든 화장품 용기, 알루미늄 뚜껑이 달린 막걸리 병, 가전제품 포장 완충재로 쓰는 LDP(저밀도 폴리에틸렌), 세제 통 등을 만드는 데 쓰는 PE 재질의 마대, 스티로폼 도시락 용기 등도 대부분 소각로행이다. 선별하는 게 어렵고 압축ㆍ가공하기 위한 장비나 재활용 원료로 사들일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품 수거 대란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것에만 마크를 붙이고 페트병 등 소재를 단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체들 얘기다. 일본 등은 색깔이 있는 것보다 재활용이 쉬운 투명한 페트병만 허용하고 화장품 용기는 단일 소재로 만들게 하는 등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 회수업체 관계자는 “마크가 붙어 있어도 재활용하는 업체가 한 곳도 없다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게 맞다”라며 “시장에서 온수와 약품으로 세척한 한국 페트병이 단순히 분쇄만 한 일본 페트병보다도 싼 가격에 팔리는데, 이것도 가정에서 배출할 때부터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당국은 현행 제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분리 배출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은 전부 재활용이 가능하다”라며 “운송비 등 따져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체들이 수거를 안 하는 것이지, 마크를 붙이는 기준이 잘못되거나 무리하게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활용 분담금 제도 개선과 재활용 원료 수입 제한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활용 마크가 있는 제품 가격에 포함된 재활용 분담금은 재활용 업체들 지원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만큼 내는 자동차 환경개선 부담금과 달리 돈을 부과하기 쉬운 품목에만 붙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평가다. 또 재활용 원료 가격이 내수시장에서 폭락하는 상황에서 수입은 계속 늘고 있는데 다른 대책 마련도 요구된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마크가 있는) 포장 등이 분리 배출된 뒤 재활용되는지, 소각해 에너지화되는지 등을 검토해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재질을 쓰면 부담금을 물리고 반대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며 “국내에서 충분히 조달이 가능한데도 외국에서 폐기물을 수입해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것에 대한 규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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