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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김애란 단편 ‘칼자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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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8할은] 김애란 단편 ‘칼자국’은

입력
2017.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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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단편소설 '칼자국'이 실린 2008년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표지.
김애란 단편소설 '칼자국'이 실린 2008년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품집 표지.

“제 어미를 팔아 소설을 썼군.” 문학평론가 김현이 이청준의 소설 ‘눈길’을 두고 한 이 선언은 대다수 작가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김연수의 ‘뉴욕제과점’,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처럼 활동 중인 작가들도 유년, 가족에 대한 기억을 종종 작품으로 변주한다.

칼국수집 ‘맛나당’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칼자국’ 속 화자는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고 말한다. 결혼 금반지를 결혼식날 저당잡고 술을 먹는 ‘난감한’ 남편을 한탄하지 않고, 칼국수집을 차린 어머니는 결코 순종적이거나 소극적이지 않다. 결혼한 화자는 장례를 치른 후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결혼, 칼국수집을 차리게 된 사연, 자식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회상한다. 작가의 어머니는 “자기 얘기가 어떤 건지 아니까. 그런 부분만 반복해서” 읽었다고.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 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2007년 문예지 ‘세계의문학’에 발표한 이 소설은 이듬해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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