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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ㆍ실적부진… 탈 많으면 창업자도 쫓아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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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ㆍ실적부진… 탈 많으면 창업자도 쫓아내는 미국

입력
2017.06.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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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기업 우버 창업 캘러닉

사내 성희롱ㆍ인종차별 구설수로

회사이미지 실추, 사실상 쫓겨나

아메리칸어패럴 창업자 차니도

성추문에 주주들 압력으로 퇴출

소셜커머스 열풍 그루폰 창업자

경쟁 늘며 실적 악화되자 사퇴

한국은 물의 일으킨 창업자ㆍ오너

‘시늉뿐인 사과’ 후 경영권 유지

투자자에 떠밀려 CEO에서 물러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AP 연합뉴스
투자자에 떠밀려 CEO에서 물러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AP 연합뉴스

차량 공유와 택시 영업을 결합한 혁신적인 사업 방식으로 우버를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41)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캘러닉은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를 창업한 이후 전세계 560여개 도시로 영업을 확장해 기업가치를 680억달러(약 76조원)로 키운 주역이지만, 올해 초부터 불거진 사내 성추행, 인종차별, 지적재산권 침해 사건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추락하자 주주들의 압력으로 사실상 쫓겨난 셈이다.

이처럼 미국에선 기업을 일군 창업자도 부적절한 언행과 위법행위, 실적 악화 등으로 회사를 위기에 빠뜨릴 경우 불명예스럽게 쫓겨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성추행과 직원들에 대한 폭언, 갑질 행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도, 창업자 또는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시늉뿐인 사과’를 한 뒤 경영권을 유지하는 한국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우버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ㆍ성차별 논란은 캘러닉의 평소 성향과 리더십 문제로 연결됐다. 우버는 지난 2월 전직 여성 엔지니어였던 수전 파울러가 사내에 성희롱 문화가 만연했다고 폭로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파울러는 여러 차례 회사에 문제점을 알렸는데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캘러닉이 2013년 사내 직원 간 성관계를 부추기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우버는 구글 계열사인 자율주행업체 웨이모의 기술을 훔쳤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경쟁업체 운전자를 감시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캘러닉이 우버 운전기사에게 폭언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성품과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캘러닉은 무기한 휴직을 선언했지만 결국 회사 이미지 실추로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그의 퇴진을 이끌어냈다.

성추문은 창업자의 무덤

미국의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을 1989년 창업해 경영했던 도브 차니도 패션계의 혁신가로 각광받았지만 성추문으로 2014년 회사에서 쫓겨났다. 차니는 다른 의류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것과 달리 최저임금의 2~3배에 달하는 임금을 보장하는 등 근로자 권리 보장에 앞장섰다. 차니는 2009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했지만 캘러닉처럼 주주들의 결정으로 퇴출됐다. 차니는 집 지하실에 노골적인 성적 사진을 전시하고, 속옷 차림으로 회사 공장을 둘러보는 등 노출증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수 차례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 등으로 기소되기도 했고, 아메리칸어패럴은 10대 소녀의 누드를 내세운 광고로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아메리칸어패럴 이사회는 직장 내 성희롱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차니를 CEO에서 해임했다.

실적 악화도 퇴출 피할 수 없다

2008년 등장해 전 세계에 소셜 커머스 열풍을 일으킨 그루폰의 창업자 앤드류 메이슨은 2013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CEO에서 물러났다. 서비스 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쿠폰 판매 수수료를 챙겨 수익을 얻었던 그루폰은 2011년 기업공개 당시만 해도 시가총액이 160억달러에 달할 만큼 고속 성장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웹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경쟁업체가 잇따라 생기면서 메이슨은 경영 방식을 놓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었고, 결국 실적이 악화되자 자신이 키운 회사를 내놓아야 했다.

미국의 저가항공사 제트블루를 창업한 데이비드 닐먼은 2007년 지독한 폭설로 항공기 운항이 중단돼 회사가 2,200만달러의 손실을 입자 그해 5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1990년대 닷컴 시대를 이끌었던 1세대 인터넷 기업 야후의 공동창업자 제리 양도 2008년 야후를 4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거절한 뒤 주주들의 빗발치는 비난 속에 CEO직을 사퇴했다.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도 1985년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당시 CEO였던 존 스컬리와 회사 경영 방향에 관해 의견 충돌을 벌인 뒤 회사를 떠나야 했다. 펩시 CEO였던 스컬리는 잡스가 2년전 “평생 설탕물만 팔겠느냐”며 직접 설득해 영입한 인물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창업자라도 도덕적 문제나 경영 능력 부족으로 회사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가차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경영인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 윤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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